신종운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26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 강연에서 “올해 유럽 재정위기로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현대차는 올해 사업계획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품질경영으로 불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품질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무엇이 경쟁사와 달랐을까. 신 부회장은 “현대차의 품질경영 기반은 의식 혁신”이라고 했다. 시스템 개혁이나 혁신활동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생각 자체를 변혁시키는 데서 품질 개선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신 부회장은 “조직이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사람을 바꾸면 2~3배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생각을 바꾸면 10~20배 효과가 난다”며 “그만큼 의식구조가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갖고 싶은 품질 좋은 차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판매를 늘리는 게 현대차의 품질경영”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정 회장이 품질경영을 선언할 때 현대차의 무고장률(신차가 3년 내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는 비율)은 17%였지만 올해 78%로 높아졌다. 신 부회장은 “이를 8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정 회장과 약속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엔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전자화가 그것이다. 신 부회장은 “이제 과거 패턴으로는 품질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각종 전자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어 이를 잘 적용하는 회사와 그렇지 못하는 회사 간에 상당한 품질 차이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공장에서 ‘퀄리티비티(품질을 뜻하는 quality와 생산성을 뜻하는 productivity를 합성한 말)’를 슬로건으로 새로운 품질경영에 나섰다. △품질완결시스템 △깨끗한 공장 △신 물류시스템 △품질 생산성 향상을 위한 디자인 △체계적 설비 수명 관리 등이 구체적 내용이다.
신 부회장은 “세계가 급변하고 변화 주기가 짧아지면서 글로벌 경영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품질을 저해하는 인자, 퀄리티 킬러(quality killer) 타파에 나섰다”고 말했다. 퀄리티 킬러는 제품 요소뿐 아니라 직원 의식구조, 잘못된 방법론, 잘못된 관습 등을 통틀어 말한다.
외부 리스크에도 철저히 대비한다. 지난 5월8일 화재가 났던 베이징현대 1공장이 3일 만에 생산을 재개한 것은 철저한 대비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자연재해가 자주 일어난다”며 “미국 앨라배마, 조지아 공장은 토네이도에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끝냈고, 울산 공장은 동해 쓰나미에 대비한 점검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제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