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는 다음달 말을 목표로 가칭 ‘은퇴연구소’ 설립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은퇴·퇴직자를 겨냥한 금융상품을 기획·개발하는 곳이다. 양원근 KB금융 경영연구소장은 “그동안 진행해온 베이비부머 및 은퇴 연구와 프라이빗뱅킹(PB) 노하우를 묶어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은퇴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6일부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퇴직연금 중간정산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시행되면 은퇴시장은 종전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국내 은퇴시장 규모가 올해 200조원에서 2020년에는 692조원(개인연금 500조원, 퇴직연금 192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소비자와의 넓은 접점을 원동력 삼아 은퇴시장에서 영역 넓히기에 나섰다. 이전까지 은퇴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던 보험사들은 ‘영토 수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퇴시장 공략 나선 은행들

은행들은 앞으로 은퇴·노후설계 시장이 주요 수입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여기에 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신 은퇴설계시스템’을 개발해 영업점과 인터넷 모바일 등의 채널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PB센터뿐 아니라 일반 지점에서도 전문적인 은퇴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영업점별로 은퇴설계전문가(은퇴설계 리더)도 양성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총 1200명의 ‘은퇴설계 리더’를 키워낸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은퇴연구팀을 신설해 은퇴를 준비하는 30~40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적정 은퇴자금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 영업점에 구축된 은퇴설계시스템인 ‘S-솔루션’을 통해 현재 소득·연령 등을 종합해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를 산출한다. 하반기에는 온라인 은퇴설계시스템 개발, 은퇴시장 심층 보고서 발간, 은퇴 전용상품 출시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은행 내에 퇴직연금연구소를 만들었다. 앞으로 관련 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퇴직연금부에 연구조직의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개정 근퇴법을 앞두고 퇴직연금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 데 이어 직원들의 교육 내용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연 4.4% 안팎의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과 펀드 상품 등을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가입자에게는 대출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줄 예정이다.

◆수성에 집중하는 보험사

은퇴시장을 겨냥한 은행들의 행보가 본격화되자 보험사도 수성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해 은퇴연구소를 연 삼성생명은 30여명의 연구인력을 100명까지 증원할 계획이다. 베이비부머와 10억원 이상 부유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은퇴설계 모델과 연금상품을 제공하고 개인연금보험 시장점유율을 25%에서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대한생명도 연금과 장기간병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도시 전문직 및 중상층을 중심으로 한 은퇴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헬스케어와 연계된 연금보험 상품 개발을 통해 은퇴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생명보험사 중 가장 먼저 퇴직연금연구소를 세운 미래에셋생명은 ‘준비된 은퇴설계’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에서 전문 사업자로서의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 설명회 등을 열고 있다. 신한생명은 지난 5월 ‘빅드림 은퇴설계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는 등 은퇴설계 전문가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강동균/이상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