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이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비용 절감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2009년 이후 3년 만이다.

우리금융은 20일 이 같은 내용의 ‘슬림(slim)경영’ 실천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지주회사 차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최대한 억제하고,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꼭 필요하지 않은 비용 지출은 가급적 억제하도록 계열사에 지시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달 초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그룹 경영협의회에서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측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2분기 실적 전망이 작년 2분기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예상되고, 가계대출·신용카드 등의 수익 요인이 나아지지 않는 데다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고 비상경영 선포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이와 관련해 지난 5월부터 두 달여간 우리은행의 여신 체계에 문제가 있는지 내부 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부실여신 비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수익 규모가 작년 대비 급감한 것도 긴축경영을 실시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2009년 2월에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계획 예산의 20%를 절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우리금융그룹 전 임원은 경영정상화 이행각서를 제출하고 임원 급여의 10%를 반납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