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당 중심' 통치 의지
정부 "예사롭지 않은 상황"
북한 김정은 체제에서 핵심실세로 불렸던 이영호 정치국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이 모든 직무에서 해임됐다. 2010년 후계자 김정은의 군부 후견인으로 등장한 지 약 22개월 만이다.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조선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이영호를 신병관계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최용해와 노선투쟁 있었나
북한이 해임 이유를 신병 때문이라고 발표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일요일(15일)에 갑자기 회의를 열어 해임했고, 다음날 새벽 아주 강하게 ‘모든 직위에서 해임한다’고 발표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북측이 밝힌 신병상의 문제를 비롯해 권력암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임에서 발표까지 일련의 과정에 최고지도자의 뜻이 반영됐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만약 이영호의 건강이 문제가 됐다면 ‘건강상의 이유’라고 지적하지 ‘신병관계’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치적 결정에 따른 해임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 8일 이영호가 김정은을 수행하는 장면에서 거동이 불편한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 권부 내 권력 갈등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후계자 시절 김정은의 군부 장악을 돕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용한 인물이 야전사령관 출신인 이영호다.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의 측근이자 당 출신인 최용해를 군 총정치국장에 앉혀 군에 대한 장악력을 키웠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용해를 앞세워 군을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이영호가 반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군 출신의 이영호가 장성택·최용해로 대표되는 당 출신과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군부 장악력 과시
이번 결정이 정치국 회의가 열린 지 하루 만에 발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의 핵심 권력층의 신변과 관련한 사안은 후임인사 발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고위급 인사 해임에 따른 군부의 동요를 차단함과 동시에 당과 군부에 대한 장악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의에서 이영호에 대한 노동당의 결정은 당이 군 위에 군림하는 통치기구임을 반영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이영호의 해임을 통해 김정은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더라도 당의 지도와 통제를 거부할 경우 하루아침에 해임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