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룰' 놓고 금융감독당국·증권업계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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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자체적으로 분석, 추천한 종목을 공표 직후 24시간 이내 고유계정을 통해 거래 할 수 없게 한 일명 '24시간 룰'을 놓고 금융감독당국과 증권업계 사이에 뜨거운 설전이 오가고 있다.
취지는 미공개 내부정보 등을 이용한 증권사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부 모호한 문구가 여전해 증권사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시 불황과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 시기에 정부의 지나친 자산운용 제약이 자칫 영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자기매매 규정 위반 사례 적발…"예외 규정 왜 두었나?"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작년 7월 실시된 금융감독원 종합감사 이후 자기매매 금지 규정 위반 등을 포함한 최종 감사 결과를 최근 통보받았다. 규정을 위반한 증권사 내부 책임자들은 문책성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업계는 이번 금감원 감사 가운데 현행 자기매매 금지 규정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해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증권사의 주요 영업활동과 연계해 법규 위반이라는 중대한 사항을 결정짓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71조 2항은 금융투자회사가 조사분석자료(리서치 분석보고서)를 공표한 후 24시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해당 조사분석자료의 대상이 된 금융투자상품(주식 등)을 자기 계정으로 매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명 '스캘퍼(데이트레이더)'에 대한 금지 규정이며, 전세계 금융당국이 이를 제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06년 이러한 규정이 증권사의 자산운용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위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 규정을 개정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68조 1항이 그것이다.
이 시행령은 '해당 조사분석자료가 이미 공표한 조사분석자료와 비교해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 경우 매매금지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조사분석자료의 공표로 인한 매매유발이나 가격변동을 의도적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 공표된 조사분석자료의 내용을 이용해 매매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도 자기매매를 할 수 있다.
◆"세상에 새롭지 않은 것은 없다!"…객관적이고 공평한 규정 잣대 필요
관련 규정에서 특히 '새로운 내용'이란 문구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선 자기매매 금지 규정에 대한 감독당국의 적발 수위가 매우 주관적"이라며 "금융당국이 스스로 조사분석자료의 '투자등급과 목표주가'가 동일할 경우 자기매매 제한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금감원 조사원은 '이 세상에 새롭지 않은 것은 없다'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실제 2006년 규정 개정 당시 보도자료와 언론매체 등을 통해 "투자등급이나 목표가격을 종전과 동일하게 제안한 리서치 자료를 공표하는 경우에는 24시간 자기매매를 제한하지 않고 헷지거래 및 유동성 공급자로서 거래, 시황급변시 방어적 매매거래 등도 규제대상 매매에서 제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이 등장하지 않을 경우 향후 자기매매에 관한 모든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내용이 있는데 매매금지를 시행하지 않으면 법규 위반과 동시에 투자자 보호에 실패할 것이고, 새로운 내용이 없는데 매매금지 하면 특정 금융투자회사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 기획팀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연간 수 천 건 이상의 자료를 결재해야 하는 관리자로서 매번 이 사안을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현재는 모든 자료를 새로운 자료로 간주하고 매매금지를 하고 있어 프랍 트레이딩(자기매매) 부서에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 "금융기관이든 자율기관이든 논의 이후 구체적 가이드라인 필요해"
김정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이에 대해 "이 규정은 증권사들이 사전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사분석자료가 공표돼 시장에 널리 알려진 이후 매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언론보도 등 이미 다른 곳을 통해 시장에 알려진 내용까지 '새로운 내용'으로 간주해야 할 지 여부 등 실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기준이 애매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관련 규정을 두고 증권사와 금융감독관 사이에 시각의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새로운 내용'이라는 문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기매매 금지 규정은 분명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이든 금융투자협회와 같은 자율규제기관이든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합의에 따른 지침 등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증권사 자체적인 규정을 마련해 두는 것도 또 다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김 고문은 조언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관련 시행령 문구에 대한 정확한 법 해석 등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해 온다면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취지는 미공개 내부정보 등을 이용한 증권사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부 모호한 문구가 여전해 증권사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시 불황과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 시기에 정부의 지나친 자산운용 제약이 자칫 영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자기매매 규정 위반 사례 적발…"예외 규정 왜 두었나?"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작년 7월 실시된 금융감독원 종합감사 이후 자기매매 금지 규정 위반 등을 포함한 최종 감사 결과를 최근 통보받았다. 규정을 위반한 증권사 내부 책임자들은 문책성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업계는 이번 금감원 감사 가운데 현행 자기매매 금지 규정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해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증권사의 주요 영업활동과 연계해 법규 위반이라는 중대한 사항을 결정짓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71조 2항은 금융투자회사가 조사분석자료(리서치 분석보고서)를 공표한 후 24시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해당 조사분석자료의 대상이 된 금융투자상품(주식 등)을 자기 계정으로 매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명 '스캘퍼(데이트레이더)'에 대한 금지 규정이며, 전세계 금융당국이 이를 제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06년 이러한 규정이 증권사의 자산운용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위축시킬 수 있다고 판단, 규정을 개정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68조 1항이 그것이다.
이 시행령은 '해당 조사분석자료가 이미 공표한 조사분석자료와 비교해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 경우 매매금지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조사분석자료의 공표로 인한 매매유발이나 가격변동을 의도적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 공표된 조사분석자료의 내용을 이용해 매매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도 자기매매를 할 수 있다.
◆"세상에 새롭지 않은 것은 없다!"…객관적이고 공평한 규정 잣대 필요
관련 규정에서 특히 '새로운 내용'이란 문구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선 자기매매 금지 규정에 대한 감독당국의 적발 수위가 매우 주관적"이라며 "금융당국이 스스로 조사분석자료의 '투자등급과 목표주가'가 동일할 경우 자기매매 제한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금감원 조사원은 '이 세상에 새롭지 않은 것은 없다'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실제 2006년 규정 개정 당시 보도자료와 언론매체 등을 통해 "투자등급이나 목표가격을 종전과 동일하게 제안한 리서치 자료를 공표하는 경우에는 24시간 자기매매를 제한하지 않고 헷지거래 및 유동성 공급자로서 거래, 시황급변시 방어적 매매거래 등도 규제대상 매매에서 제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이 등장하지 않을 경우 향후 자기매매에 관한 모든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내용이 있는데 매매금지를 시행하지 않으면 법규 위반과 동시에 투자자 보호에 실패할 것이고, 새로운 내용이 없는데 매매금지 하면 특정 금융투자회사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 기획팀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연간 수 천 건 이상의 자료를 결재해야 하는 관리자로서 매번 이 사안을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현재는 모든 자료를 새로운 자료로 간주하고 매매금지를 하고 있어 프랍 트레이딩(자기매매) 부서에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 "금융기관이든 자율기관이든 논의 이후 구체적 가이드라인 필요해"
김정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이에 대해 "이 규정은 증권사들이 사전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사분석자료가 공표돼 시장에 널리 알려진 이후 매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언론보도 등 이미 다른 곳을 통해 시장에 알려진 내용까지 '새로운 내용'으로 간주해야 할 지 여부 등 실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기준이 애매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관련 규정을 두고 증권사와 금융감독관 사이에 시각의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새로운 내용'이라는 문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기매매 금지 규정은 분명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이든 금융투자협회와 같은 자율규제기관이든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합의에 따른 지침 등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증권사 자체적인 규정을 마련해 두는 것도 또 다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김 고문은 조언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관련 시행령 문구에 대한 정확한 법 해석 등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해 온다면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