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1등급, 대형마트보다 더 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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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청년들의 농축산물 가격 낮추기 대작전
박병열 헬로네이처 사장·이준하 한비프 사장
농가와 직거래 통해 유통 과정 3단계로 축소
1농가에 1브랜드 부여…가정에 정기 배송 계획
박병열 헬로네이처 사장·이준하 한비프 사장
농가와 직거래 통해 유통 과정 3단계로 축소
1농가에 1브랜드 부여…가정에 정기 배송 계획
산지에선 저렴하고 맛있는 농·축산물이 왜 대도시에 오면 터무니없이 비싸지고 맛이 없어질까. 영세한 농가의 비효율적인 생산시스템 탓도 있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유통 과정이 큰 원인이다.
농·축산물의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해 보겠다고 2030 청년들이 나섰다. 박병열 헬로네이처 사장(27)과 이준하 한비프 사장(32)은 산지와의 직거래로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 가정에 패키지된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기존 직거래 사이트와 차별화했다.
◆유통단계 줄이면 가격 떨어진다
두 사람의 창업 동기는 비슷하다. 산지와 대도시 소매점의 엄청난 가격 차이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 사장은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아서디리틀(ADL)이라는 컨설팅회사에 다닐 때부터 한우값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장은 농가에서 한우 가격이 떨어진다고 시위하는데 소비자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농축산물 유통구조가 30년 전 방식과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우가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유통과정은 7단계. 이를 이 사장은 농가와의 직거래를 통해 3단계로 줄였다. 홈페이지에서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토요일 오전 배송하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한비프는 등심·안심·채끝(구이), 설도(불고기), 양지(국거리) 등 7개 부위를 200g씩 진공포장된 팩 형태로 8000~2만원대에 다양하게 판매한다. 이달 중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비프는 1+ 등급 한우만 취급한다. 유통단계를 줄였기 때문에 같은 등급 기준으로 마트에 비해 고기 값이 10% 이상, 백화점에 비하면 30% 이상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가축 사육농가, 도축, 유통 등 각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한 ‘패커’ 체제가 발달했다”며 “우리도 도축에서 유통 전까지 단계를 동시에 진행하면 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값싸게
헬로네이처는 공동창업자인 좌종호 이사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서울대 농경제학과 05학번인 좌 이사는 전공과제물 조사를 위해 농촌을 방문했다 산지에서 10㎏당 3500원에 불과한 경기 여주산 가지가 소매점에선 3만6000원이나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격은 10배가량 높아졌는데 신선도는 떨어지고 맛도 없어졌다.
좌 이사는 포스텍을 나와 컨설팅업체 AT커니를 거쳐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에서 일하고 있던 동갑내기 박 사장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박 사장이 이 아이템으로 창업하자 제안했고 좌 이사의 친구 유준재 씨, 과후배 조태환 씨가 합류해 팀이 꾸려졌다.
이들은 작년 가을부터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강원 제주를 중심으로 농산물 산지를 누비고 다녔다. 박 사장은 20대 남자 넷이서 시골에서 어슬렁거리다 보니 사기꾼 취급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기로 했어요. 강원 산골에서 김장김치를 함께 담그고 막걸리도 나눠 마셨어요. 그러면서 사람들 마음을 얻었죠.”
이렇게 계약한 농가가 100여곳에 이르렀다. 농가를 확보하면서 올 3월 잡곡 멜론 자두 토마토 계란 등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농가가 각각 자신의 브랜드를 걸고 농산품을 판매하는 것이 CJ오쇼핑 등 대기업들이 하는 직거래 서비스와 다른 점이다. 가격은 대형마트보다 20~30% 저렴하다. 박 대표는 “국내 모든 농수산식품을 각 가정으로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올해 안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