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에 집중했다. 세계 최대 공장에서 시장으로 탈바꿈한 중국을 겨냥해 현지 법인을 4개나 설립하고 글로벌 기업들을 공략했다. 주요 시장인 액정표시장치(LCD) 업계가 주춤할 기미를 보이자 부가가치가 한층 높은 LCD모듈 전(前) 공정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터치스크린(TSP) 등 새 먹거리를 확보한 끝에 창업 4년 만에 매출 ‘1000억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LCD모듈 및 백라이트(BLU)를 앞세워 벤처 신화를 새롭게 쓴 파인텍(사장 강원일) 얘기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회사처럼 매출 1000억원 고지를 넘어선 벤처기업들이 381개로 사상 최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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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기업협회는 9일 서울 역삼동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에서 이 같은 내용의 ‘1000억 벤처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은 벤처기업은 전년 대비 66개(21%) 증가한 381개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 실태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업종별로는 기계 제조 자동차 119개사, 컴퓨터 반도체 전자부품 92개사 등 한국이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업종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매출 ‘1000억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도 87개로 역대 최대였다. 특히 파인텍 실리콘마이터스 서한이앤에스 넥스플러스 우리이앤엘 한국실리콘 등 6개사는 창립 5년 이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창업 후 1000억원 고지에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6.1년인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기업은 인재와 연구·개발(R&D)을 중요시하고 국내와 함께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1000억 벤처기업들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77조8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5.58%에서 6.29%로 0.71%포인트 증가했다. 고용인력은 전년 대비 16.9% 늘어난 13만64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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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FTA 시대를 맞아 1000억 벤처기업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려면 내수로만은 부족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해야 한다”며 “금융 세제 인력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