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인과관계 때문에 생기는 자연 현상을 관찰해 비와 자연현상 혹은 동물을 연관시킨 속담은 이 외에도 많다. 요새 흙바닥 등에서 개미들이 줄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장마가 오면 (개미)집이 무너지고 알이 파괴될 수 있어 물이 그나마 적게 스며들 풀숲 아래로 집과 알을 옮기기 위해 개미들이 동분서주하기 때문이다.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학 교수는 “행동생태학적으로 볼 때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지능이 아닌 1차적인 감각이나 본능으로 주위 환경을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며 “곤충 중 가장 민감한 감각기를 가진 개미가 장마철 대규모로 이동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위기 상황을 본능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뚜기처럼 체내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있는 ‘왁스’형 피부를 가진 곤충을 제외한 대부분 곤충은 저기압권에 들거나 비가 오기 직전 습도가 높을 때 활발하게 활동한다. ‘제비가 낮게 날면 장마가 시작된다’란 속담이 나온 이유는 이같이 활발히 움직이는 곤충들을 제비가 잡아먹기 위해 낮게 비행하기 때문이다.
‘화장실 냄새가 지독해지면 비가 온다’와 같이 비구름대가 대기 순환 양상을 바꿔놔 생기는 현상에 착안한 속설도 있다. 비구름대를 몰고 오는 저기압이 화장실 분변 속 암모니아 등 휘발성 물질의 분자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비가 오기 전에는 보통 상승기류가 억제되기 때문에 냄새가 위로 퍼지지 못하고 지면 근처에 맴돌아 냄새가 고약해진다.
종소리가 잘 들리면 비가 온다는 속설 역시 틀리지 않다. 날씨가 좋은 날은 지면이 따뜻해져 대기 아래층이 따뜻해지고 위층이 차가워져 밀도 차가 커진다. 공기의 밀도 차가 커지면 소리가 옆으로 멀리 퍼지지 못한다. 반대로 비구름이 끼면 대기 위층과 아래층 간 밀도차가 작아져 소리가 옆으로 멀리 퍼져나갈 수 있다. 고양이가 소동을 부리면 큰 비가 온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