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주택시장에 베팅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침체에 빠졌던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개발은행이 미국 3위 주택건설업체 레나가 추진 중인 샌프란시스코 주택단지 개발사업에 17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옛 해군기지였던 트레저아일랜드 등에 주택 2만여채와 스포츠경기장, 사무실, 상가 등을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주택 경기 침체로 2년 정도 지연됐다가 최근 투자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WSJ는 “미국 기업들이 최근 중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중국개발은행은 이번 투자뿐 아니라 미국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대규모 개발사업에 투자할 뿐 아니라 일반 주택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 3월까지 1년간 중국과 홍콩 등에 사는 중국인들이 미국에서 집을 사는 데 쓴 돈은 90억달러에 이른다. 2010년에 비해 89% 급증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외국인 중 캐나다인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은 집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이 미국 부동산시장에 몰려들고 있는 것은 불황으로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집을 여러 채 매입하는 것을 막는 등 규제를 강화하자 미국 부동산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부동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패트릭 오닐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보다 미국이 더 안전한 투자처라고 판단한 중국인들이 미국 주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가격을 대폭 깎아주는 데다 낮은 금리를 적용해주는 등 조건도 더 좋다”고 말했다.

최근 고용 등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주택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공급물량은 줄었고 가격도 오름세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5월 신규주택 판매가 36만9000채로 2010년 4월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4월에 비해 7.6%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 34만7000채도 크게 웃돌았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