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몬태나주에 있는 레인보댐은 요즘 소수력(小水力) 발전공사를 벌이고 있다. 댐에 인공 저수시설인 보(洑)를 설치, 인근 2만5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국경 너머 캐나다 로키산맥에 있는 볼케이노 크리크에선 수력발전 조성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태평양 너머 북미지역에서 20메가와트(㎿) 규모의 소수력 발전 사업이 유행하면서 국내 중소기업 유일기연(사장 이재혁·37)이 바빠졌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이 회사가 만든 한국산 ‘보’를 핵심 설비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재혁 사장은 “국내 가동보 기업 가운데 해외에 수출하는 건 유일기연뿐”이라며 “전 세계 하천과 댐에 ‘가동보 한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가동보(사진)’는 물이 필요할 때 물길을 막고 그렇지 않을 때 배출하는 인공 저수시설이다. 조작이 가능하다는 뜻에서 ‘고정보’와 반대되는 개념의 ‘가동보’로 이름이 붙여졌다. 재질별로는 ‘고무보’와 ‘철판보’로 나뉜다. 1989년 설립된 유일기연은 23년간 ‘고무 가동보’ 한우물을 파온 기업으로 국내 조달 시장 1위(점유율 33%)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은 190억원.

이 회사 가동보가 경기 안양천, 강원도 불광천을 비롯해 전국 170곳에 설치될 수 있었던 것은 자동 또는 원격으로 보를 조절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초음파 센서가 수위를 감지해 보내는 신호에 맞춰 고무보 안의 공기가 채워지고 빠지는 식으로 필요에 따라 물길을 여닫을 수 있다”며 “원격조정도 가능해 산간지역에서도 애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마철 집중호우가 내려도 침수 및 범람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국내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한 유일기연은 이제 해외 시장에서 신규 먹거리를 찾고 있다. 소수력 발전 같은 새로운 먹거리 확보가 가능해서다. 이 사장은 “농업, 상수도, 하천 정화 등에 이어 해외에서는 소수력 발전용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미국 캐나다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에 이어 독일 영국 호주에도 조만간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신감의 원천은 깐깐한 품질과 철저한 사후관리다. 경쟁사의 3배가 넘는 10년 동안 무상보증하고 있는 까닭이다. 설계에서 제조, 시공, 사후관리에 이르는 일괄 공급 시스템을 확보한 것도 경쟁력이다. 신제품 연구·개발(R&D)에는 매출의 10%를 투자한다.

이 사장은 “고무보는 ㎡당 가격이 850만원으로 철판보(1000만원)보다 싸고 기름 유출, 동파 등의 우려가 없는 최적의 가동보”라며 “수자원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