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이 낮으면 수족냉증 생리통 불임 산후풍은 물론 암 우울증 비만 다한증에도 걸리기 쉽다.’

무슨 과학적 근거 없는 헛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분명 근거가 있다. 사상체질 전문가인 김달래 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김달래한의원 원장)는 “강동경희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1만명을 대상으로 진맥과 설문조사를 통해 진단한 결과 몸이 찬 사람이 60~70%에 달했고 상당수가 생리통 불임 비만 등을 갖고 있었다”며 “냉증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자율신경계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암 등 각종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온이 낮아지면 면역력도 저하

연일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상체온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좋지 않다. 체온이 평소의 정상체온보다 장시간 낮아지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체온이 0.5도 내려가면 체내 효소의 활동력이 떨어져 면역력이 35%나 떨어진다. 반대로 체온이 올라가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면역기능을 가진 백혈구도 활성화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몸을 따뜻하게 하면 빨리 낫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김연수 인제대 식의약생명공학과 교수는 “체온이 상승하면 면역기능이 상승하고 항암 및 항균효과를 발휘하는 TNF(종양괴사인자)-α도 체온이 올라갈 때 같이 증가한다”며 “정상세포는 43도에서 손상되고 46~47도에서 사멸되지만, 암세포는 39~40도에서 상하고 42~45도에서 죽을 정도로 열에 취약하기 때문에 체온을 높이는 게 암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체온 상승으로 혈관이 확장되면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효과도 배가된다. 암 예방에 좋은 대표적 운동인 마라톤은 39도까지 체온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평소 소식(小食), 다동(多動), 금연, 금주 등의 건강비결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것으로 유명한 백낙환 인제대 이사장은 “매일 운동하면 체온이 36.5도에서 37.5도로 1도 정도 올라가 온도에 취약한 암세포를 억제하는 등 각종 질환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다”며 “음식 노폐물의 배설도 촉진시켜 음식으로부터 발생된 발암인자가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감소시키고 대장암 발병도 억제한다”고 말했다.

◆운동부족이 체온 저하 불러

요즘 냉증(체온저하)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백 이사장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과영양화와 운동부족”이라며 “체온의 30~40%가 근육에서 생성되므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름철만 되면 오히려 냉증환자가 증가한다. 더운 날씨에 운동을 미루는 데 반해 각종 영양 섭취는 늘리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지나친 신체 노출 또는 다이어트, 수면부족, 스트레스 등이 냉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통상 적외선 촬영 결과 손목이나 발목이 다른 부위보다 1도 이상 체온이 떨어질 때 수족냉증이라고 진단한다. 배꼽을 중심으로 배꼽 주위의 온도가 2.5도 이상 떨어지면 아랫배 냉증이라고 판정한다. 아랫배 냉증은 주로 왼쪽 아랫배를 만졌을 때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부추·파·마늘·옻·발효식품이 체온 올려

흔히 건강에 유익한 1만보는 보폭에 따라 다르지만 거리로는 5~7㎞, 시간으로는 90~100분에 해당한다.

사상체질 분류상 더운 여름 나기가 쉽지 않은 소음인(몸이 차고 의기소침함)이나 태음인(땀을 많이 흘리며 먹성이 좋음) 체질은 양(陽)의 음식을 먹는 것이 정상체온을 유지하는 데 좋다. 소음인은 여름에도 굽거나 따뜻하게 데운 음식을 먹는 게 도움이 된다. 양의 음식으로 옻과 부추, 파, 마늘, 인삼, 닭, 발효음식 등이 대표적이다.

김 원장은 “옻은 성질이 따뜻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뭉친 피를 풀어줘 수족 및 아랫배 냉증에 좋다”며 “옻을 닭이나 오리와 함께 삶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생강차와 계피차는 혈류를 늘려 체온을 높인다. 냉증인 사람이 이들 음식을 1주일 동안 꾸준히 먹은 뒤 잠이 잘 오고 대소변 배출이 잘 되면 자기 체질에 맞다고 보면 된다. 김치 된장 간장 젓갈 청국장 등 발효음식은 소화율을 높이고 장내 세균을 활성화시켜 몸의 온도를 올려준다.

깊은 복식호흡은 체내 영양물질과 산소의 완전연소를 도와 체온을 높여주고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너무 꽉 끼는 브래지어나 거들 등은 폐를 압박, 호흡을 20~30%나 감소시키기 때문에 가급적 착용 횟수를 줄이는 게 좋다. 체온을 높이려면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잠을 적게 자면 혈액순환이 부족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깊은 잠을 잘 때 면역력은 회복되고 혈액순환은 잘 일어나게 된다. 맥이 강한 사람은 하루 6시간 수면으로 충분하지만 맥이 약하거나 몸이 차가운 사람은 적어도 7시간 이상 자야 한다.

냉증 환자에게 한의학에서는 뜸, 좌훈, 옻 제제 처방으로 치료한다. 몸을 따뜻하게 할 때 주로 배꼽(신궐혈)에 뜸을 뜨게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아랫배가 차서 임신이 되지 않을 때,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이 있을 때, 냉이나 대하가 심할 때 배꼽에 뜸 놓는 것을 권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건강을 위해 뜸을 뜰 때는 하루 한 번이 적당하다.

몸이 아픈 사람은 2~3일에 한 번씩 뜸을 뜨되 한 번에 30~40분이 걸리게 한다. 3개월 정도 뜸치료를 하면 증상이 크게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체력에 비해 뜸이 지나치게 강하면 열이 나거나 온 몸이 나른해지거나 구역질 또는 어지럼증이 일어날 수 있다.

좌훈(坐熏)은 항아리나 좌변기에 앉아서 쑥을 태운 연기를 회음이나 질·항문에 직접 쏘이는 것으로 체온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약 30분 동안 옷을 벗고 연기를 쐰다. 여성의 냉대하, 질염, 방광염, 전립선염, 아랫배 냉증, 생리통, 복통, 설사, 치질, 자궁암, 난소암, 방광암, 대장암 등의 증상 호전에 효과적이다.옻 제제의 경우 알레르기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최근에는 옻에서 알레르기 인자인 우루시올(Urushiol)을 제거한 다음 건조시켜 알약 형태로 처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에서 개발한 건칠단(乾漆丹)과 이성환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냉증과 면역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과 수술 및 암치료 후 회복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도움말 = 김달래 김달래한의원 원장 / 김연수 인제대 식의약생명공학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