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골프대회 코스에 드라이버로 ‘1온’이 되는 파4홀이 늘고 있다. ‘파4 홀인원’ 탄생이 머지않았다.

21일 밤(한국시간) 개막한 미국 PGA투어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는 ‘파4홀 홀인원’ 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회장인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리버하이랜즈(파70·6844야드) 15번홀(파4) 길이는 296야드여서 대부분 드라이버로 1온이 가능하다. 이 홀의 왼쪽에는 벙커가 있고 그 옆에는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다. 왼쪽으로 그린 경사가 있어 벙커에 빠질 위험이 높다. 그러나 벙커에 빠진다고 해도 두 번째 샷을 붙여 버디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드라이버로 이 홀을 공략한다. 지난해 이 홀의 평균 스코어는 3.677타. 그러나 홀인원은 나오지 않았다.

◆딱 한 차례만 나온 진기록

PGA투어에서 파4 홀인원은 지금까지 딱 한 차례 나온 진기록이다. 2001년 휘닉스오픈이 열린 TPC스코츠데일 17번홀(파4·332야드)에서 앤드루 매기가 유일하게 기록했다. 그것도 굉장히 기이하게 들어갔다. 그가 친 볼이 그린에서 퍼팅을 준비를 하고 있던 톰 바이럼의 퍼터 헤드를 맞고 홀로 사라졌던 것.

지난주 US오픈이 열린 샌프란시스코 올림픽클럽 레이크코스에도 ‘1온’이 되는 파4홀이 있었다. 7번홀은 288야드였다. 알바로 키로스(스페인)가 연습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터뜨렸다.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투어에서는 지금까지 세 차례 ‘파4 홀인원’이 탄생했다. 2003년 칩 벡이 오마하클래식 1라운드 9번홀(315야드)에서 처음으로 작성했고 2009년 마이클힐뉴질랜드오픈 4라운드 15번홀(347야드)에서 리처드 존슨이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세 번째로는 지난해 밀란클래식 4라운드 15번홀(316야드)에서 인도 출신의 라힐 갱지가 행운을 낚았다.

◆국내 공식기록은 한 번도 없어

국내 남녀 프로골프대회에서는 한 번도 ‘파4홀 홀인원’이 나온 적이 없다. 연습라운드에서 비공식적으로 기록한 선수는 있다. 지난해 베어리버 챌린지투어 7회 대회를 앞두고 이동혁(24)이 경북 경주 서라벌CC 18번홀(347야드)에서 연습라운드 도중 진기록을 맛봤다. 홀인원의 행운 덕인지 우승컵까지 안았다.

21일 충북 제천의 힐데스하임CC(파72·7188야드)에서 개막한 아시안투어 볼빅-힐데스하임오픈에서도 ‘1온’이 가능한 홀이 있다. 타이거코스 9번홀(파4)은 372야드인데 장타자들은 ‘1온’을 할 수 있다. 첫날 6언더파 66타로 공동선두로 나선 마수길(22)은 “연습라운드 때 드라이버샷이 그린 에지까지 갔다. 뒷바람이 조금 불어주면 1온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들도 드물지만 ‘파4홀 홀인원’을 기록한다. 지난해 4월 경북 문경 골프장의 문희코스 6번홀(파4)에서는 한선덕 씨(58)와 이상일 씨(51)가 잇따라 드라이버샷을 바로 홀에 집어넣었다. 이 홀은 거리가 290m이지만 내리막 홀이어서 평균 드라이버샷이 230~240m 정도 나가면 한 번에 그린으로 올릴 수 있다.

또 조태재 씨가 지난해 6월18일 대구 팔공CC 아웃코스 9번홀(파4·287m)에서 기록했고 10월24일에는 경기도 포천힐스 캐슬코스 2번홀(파4)에서 전선금 씨가 행운을 낚았다. 이 홀은 레이디티에서 247m다.

◆드라마틱한 승부 연출

짧은 파4홀이 등장하는 건 선수들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드라마틱한 승부’를 이끌어내려는 의도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미 PGA투어 프라이스닷컴이 열린 캘리포니아주 산 마르틴의 코드벌GC 17번홀(파4)은 원래 358야드인데 티를 앞당겨 284야드로 만들었다. 당시 브리니 베어드(미국)는 3, 4라운드에서 ‘1온’에 성공하며 이글을 낚아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유러피언투어 호주마스터스가 열린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GC 1번홀(파4)은 233m였다. 최종일 2타차로 추격하던 이안 폴터(영국)는 이 홀에서 5번 우드로 티샷을 해 5m 이글을 낚으며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LPGA하나은행챔피언십이 열린 스카이72CC 오션코스 15번홀(파4)도 323야드이던 것이 마지막날 265야드로 조정됐다. 당시 청야니가 드라이버로 ‘1온’을 해 화제가 됐다. 국내 여자프로골프 하이트컵도 올해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GC 17번홀의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옮겨 250~260야드 안팎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