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지난 17일 출국한 이명박 대통령은 그리스 총선 결과를 전용기 안에서 ‘핫라인’으로 수시로 보고받는 등 유럽 재정위기 사태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전용기로 태평양을 건너던 이 대통령은 18일 오전 3시30분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그리스 총선 출구조사와 10% 개표 결과를 보고받았다. 박 장관은 이 결과를 대통령 전용기에 설치된 ‘핫라인’ 위성전화를 통해 재정부로부터 전달받았다. 청와대와 재정부는 그리스 총선 결과가 유럽 위기를 좌우하는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출국 전부터 이 대통령에 대한 비상 보고체계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초반 개표 결과 당초 우려와 달리 신민주당이 우세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박 장관의 보고를 받고 다소 안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더라도 유럽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등 비상 대응체제를 유지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선 유럽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긴축 속도 조절과 보호무역 저지 등의 국제적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세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린 비즈니스 서밋(B20)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위기국들은 당장은 고통스럽고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을 수도 있으나 구조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로존은 전(全)유럽 차원의 시스템 개혁에 대한 논의를 더 적극적으로 진행해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G20 차원에서도 재정 여력국들의 긴축 속도 조절, 보호무역 저지 등의 공조를 통해 유럽의 위기 극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서밋에는 클라우스 슈왑 세계경제포럼 회장 등 350여명의 각국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허창수 전경련 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전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이 함께했다.

로스까보스(멕시코)=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