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조가 지난 4월 5일부터 덕수궁 대한문 옆에 사망 노조원 분향소를 설치하고 72일째 농성하면서 수십 통의 휘발유와 시너까지 쌓아놓고 있다고 한다. 분향소 설치가 허가 받지 않은 불법인 것은 차치하고, 사적 124호인 국가 문화재의 코앞에 강력한 인화물질을 가져다 놓았다. 황당함을 금할 길이 없다. 더구나 덕수궁은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하루 수만 명이 오가는 곳인데 시위대가 문화재 앞에서 인화물질을 갖고 버티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는지 의문이다.

관할관청인 서울 중구청과 남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4일 노조 분향소 강제 철거를 시도했지만 노조원들이 시너통에 불을 붙이려 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이후에도 농성 노조원과 농성에 가세한 일부 대학생들이 침을 뱉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예사이고 인화물질 옆에서 담배를 피워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밤에는 술판까지 벌인다니 지나가는 시민들은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것이 세계 10대 도시라는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단속 책임이 있는 중구청과 남대문서가 한 번 철거를 시도했다 실패했다고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분명 직무유기다. 뭐든지 떼쓰고 버티면 통하는 ‘떼~한민국’임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꼴이다. 더더욱 문제는 불법 분향소 철거에 제동을 건 서울시다. 시청 코앞에서 벌어지는 불법·무법행위를 방조하다 못해 옹호하고 있으니 누구를 위한 시청인가. 불법 농성의 보호막이 돼 줄 생각이면 차라리 대한문 쪽이 아닌 시청 앞마당에 농성장을 차려주는 게 나을 것이다.

물론 쌍용차 노조 입장에서야 억울한 게 많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문화재 앞에 휘발유통을 쌓아놓고 버티면서 여론의 지지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서울시민은 2008년 2월 숭례문 화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