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의 역사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세워진 효성증권에서부터다. 효성증권은 1983년 쌍용그룹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쌍용투자증권으로 교체하고 1986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당시 쌍용투자증권은 ‘튀는’ 행보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쌍용그룹 창업자 김성곤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석동 씨가 월스트리트에서 경험한 선진국형 금융노하우를 남들보다 일찍 접목시킨 덕분이다. 1984년 해외증권업 허가를 받은 이후 1991년 국내 최초로 대규모 인수·합병(M&A) 중개가 있었다. 쌍용양회의 미국 리버사이트 인수 중개를 맡은 것이다. 1992년 금융시장 개방 첫해에는 국제영업 1위를 차지해 유러머니지가 1994년 한국 최우수 증권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무와 국제업무에 강점을 보인 쌍용투자증권은 1994년 한국전력 주식예탁증서(DR) 뉴욕증시 상장, 1998년 국민은행 DR 발행 주관을 성공적으로 마쳐 기업금융 강자로 인정받았다.

○선진금융 노하우 앞서 도입…IB 강자로

쌍용투자증권은 ‘증권업계 사관학교’로 불렸다. 선진 금융노하우와 글로벌 경영체계를 받아들여 업계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1995년에는 업계 최초로 성과급제를 도입해 월스트리트저널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그러나 쌍용투자증권도 국가적인 위기였던 외환위기의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이 사실상 해체되면서 쌍용투자증권도 매각 대상에 올랐다. 1999년 4월 미국계 투자회사인 H&Q 아시아퍼시픽이 쌍용의 지분 28.11%를 인수하면서 외국계 증권사로 탈바꿈했다. H&Q 아시아퍼시픽은 애플사에 대한 투자로 유명한 미국 투자그룹인 H&Q 그룹이 아시아 지역의 유망기업 투자를 위해 세운 회사다. 쌍용투자증권은 국내 금융사 가운데 최초로 외국 사모펀드에 팔린 사례가 됐다.

1999년 5월 쌍용투자증권은 사명을 굿모닝증권으로 바꿨다. 굿모닝이라는 영문을 사명에 채택했다는 것 자체로 업계에선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경영 측면에서도 국내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선진마케팅 개념이 추가되면서 1999년 1304억원의 적자를 냈던 굿모닝증권은 2000년 2154억원의 흑자로 돌아서며 경영이 정상화됐다.

굿모닝증권은 사모펀드에 팔린 지 3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된다. 2002년 신한금융지주가 굿모닝증권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굿모닝증권은 신한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해 8월 굿모닝과 신한의 합병회사인 굿모닝신한증권이 정식 출범했고 2005년 지주회사인 신한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상장이 폐지됐다.

은행, 카드, 생명 등을 아우르는 신한금융그룹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는 굿모닝신한증권이 금융업종 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됐다. 신한은행 내에서도 증권 업무가 가능한 증권업계 최초의 복합점포(BIB·Branch in Branch)를 운영해 일반적인 증권사 채널의 한계를 탈피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그룹 간 시너지는 IB사업부문과 자산관리사업부문에서도 사업부문제(매트릭스 조직) 도입을 통해 꾀하고 있다.

○해외주식 중개부문에서도 두각

해외 주식 트레이딩도 신한금융투자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다. 2004년부터 미국 일본 베트남 중국 홍콩 등 글로벌시장 주식매매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25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 업계 1위의 해외주식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07년에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다. 코라오 그룹과 공동으로 라오스 바이오디젤 사업에 뛰어들었고, 말레이시아 KIBB증권과 이슬람 채권(수쿠크) 공동발행을 추진했다. 그 밖에 중국 신은만국증권 일본 미즈호증권, 호주 맥쿼리증권을 비롯해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0여개국의 금융사와 제휴를 맺었다.

순익 기준으로 업계 3위까지 뛰어오르던 굿모닝신한증권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거센 폭풍에 고개를 숙이고 만다. 리먼브러더스 부도로 파생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회사의 충담금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정중동 전략’으로 수정됐다.

2009년 굿모닝신한은 금융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목표 아래 업계 최초로 사명에 ‘증권’이란 이름을 떼고 ‘금융투자’를 채택했다. 금융업종 간 장벽을 없애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함께 굿모닝신한증권은 ‘신한금융투자’로 이름을 바꾸고 최초의 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신한금융투자’라는 이름은 기존 ‘브로커리지’에 국한된 이미지를 탈피해 금융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종합 자산관리와 신사업 영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2년 2월 신한금융투자는 합병 이후 처음으로 증권 출신의 사장을 맞이했다. 강대석 사장 취임 이후 ‘2015년 사업라인 전 부문 업계 5위’ 비전을 내걸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