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아우디, 재규어 등 유럽 수입차 업체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 회의를 열고 있다. 수입차 관세가 2.4%포인트 추가로 낮아지는 것에 맞춰 판매가격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1일 발효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음달 1일 2년차를 맞으면서 수입차 관세가 5.6%에서 3.2%로 떨어진다. 유럽 수입차 업체들은 벌써부터 ‘2차 가격 공세’에 나섰다.

이연경 아우디코리아 마케팅 총괄 이사는 “아직 모델별 가격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전 차종 평균 1.5%의 인하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코리아는 이달부터 7시리즈와 5시리즈 GT 등 일부 차종에 관세 인하분을 미리 적용했다. BMW 관계자는 “1억2200만원짜리 730d는 170만원(1.4%), 1억4630만원짜리 740Li는 200만원(1.4%) 할인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부터는 전 차종 가격을 평균 1.4%가량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평균 1.4% 가격을 인하했다. 주력 차종인 ‘E200 CGI 블루이피시언시’는 5850만원에서 5770만원으로 80만원(1.4%), ‘C200 CGI 블루이피시언시’는 4680만원에서 60만원(1.3%) 내린 4620만원에 판매한다.

관세가 낮아져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긴 품목은 자동차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한·EU FTA 발효 때 농산품을 포함한 전체 교역 물품 1만1261개 중 81.7%인 9195개 품목의 관세가 즉시 인하되거나 철폐됐다. 하지만 3년, 5년, 7년 등 시간을 두고 관세를 내리거나 없애기로 한 품목은 종전 관세를 유지하기로 한 44개(0.4%)를 제외한 2022개로 전체의 17.9%(품목 기준)에 이른다. 이들 품목도 다음달 1일부터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받는다.

BMW·벤츠 2차 가격공세

자동차를 제외하면 대부분 펌프, 정밀화학 제품, 무선통신 기기 부품, 합성 고무, 알루미늄, 건설 중장비, 밸브, 베어링, 순모직물 등 중간재와 B2B(기업 간 거래) 품목이다. 이 중 3년에 걸쳐 관세를 내리는 알루미늄은 인하폭이 크다. 8%였던 관세가 한·EU FTA 발효 때 6%로 떨어졌고 다음달부터는 4%로 낮아진다. 합성 고무는 6.5%이던 관세가 4.9%로 떨어진 데 이어 7월부터 3.3%로 낮아진다.

소비재 중에는 기초화장품과 샴푸·린스 등이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인하돼 6년차에는 아예 없어진다. 8%였던 관세가 지난해 6.7%로 낮아졌고 다음달 5.4%로 떨어진다. 향수와 립스틱은 3년에 걸쳐 관세가 점차 인하돼 4년차에는 사라진다. FTA 전 8%였던 관세가 지난해 6%로 낮아졌고 다음달부터 4%로 떨어진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FTA 발효 직후 관세 인하가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다음달 적용되는 2년차 관세 인하 효과로 상당수 중간재와 일부 품목 소비자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진석/임원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