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유일의 안전자산은 자라(ZARA)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패스트패션업체 자라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스페인 전체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라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라는 최근 스페인 상장사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스페인 업체지만 눈을 일찌감치 신흥국 등 해외로 돌린 덕에 유럽 재정위기의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루 단위로 디자인을 바꾸는 ‘카멜레온’ 전략으로 신흥시장을 공략한 것도 위기를 비켜간 비결이다.

○통신사도 제친 저력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자라의 모회사 인디텍스 시가총액이 전날 종가 기준으로 405억유로(약 59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사 텔레포니카(403억1000만유로)를 제치고 스페인 증시에서 시총 1위에 오른 것. 인디텍스는 한때 은행 혁신의 상징으로 평가를 받던 스페인 최대 은행 산탄데르(402억유로)도 뛰어넘었다.

가디언은 “자라가 경제위기 때 사업을 오히려 키우는 저력을 갖고 있어 스페인 유일의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한 의류업체 인디텍스의 선전은 더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다.

자라는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된 작년에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12% 증가한 19억3000만유로(약 2조8800억원)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18억9000만유로)를 넘었다.

○신흥시장이 이끄는 성장

자라가 금융위기에 끄떡없는 이유는 스페인과 유럽 시장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78%에 이른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집중 공략 중이다. 올해 예정된 신설 매장 500개 중 절반 이상이 비유럽권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자라 확장 전략의 핵심 지역이다. 파블로 이슬라 인디텍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매출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자라 매장은 지난 1년 동안 251개 늘어 20% 가까이 증가했다. 자라는 작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대만 아제르바이잔 호주 등에도 진출했다.

○매일 새 옷 공급

자라가 성공한 또 하나의 비결은 속도다. 자라 의류는 공장에서 매장까지 24~48시간 안에 도착한다. 생산 거점을 분산시켜 수요가 있는 시장에 빨리 배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다. 생산의 33%가 스페인에서, 33%는 터키 등 인근 국가에서, 나머지는 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전체의 70%를 생산한다.

자라는 매년 1만2000여종류의 새 상품을 내놓는다. 매장 직원들은 신제품의 인기도를 체크해 스페인 본사에 전송하고, 본사는 이를 디자인에 반영한다. 다니엘 피에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패션디렉터는 “자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혁신적인 유통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