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에 있는 태양광 업체 신성솔라에너지(회장 이완근). 이 회사 김근하 영업팀장(부장)의 책상에는 최근 ‘출장 중’이라는 안내팻말이 부쩍 자주 올라온다. 업무 특성상 외근이 많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 출장이 많아져서다. 목적지는 현해탄 너머 일본으로 항상 똑같다. 그는 “올 들어 자주 일본으로 날아가거나 국내에서 일본 바이어를 접하고 있다”며 “일본 태양광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태양광 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바빠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재생 에너지 육성에 나선 일본 정부가 다음달부터 태양광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현지 사무소 설립 및 전략적 제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신성솔라에너지다. 작년 말부터 일본 진출을 준비해 온 이 회사는 지난달 말 현지 사무소를 열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태양광 모듈 수출에 필수인 전기안전환경연구소(JET) 인증 취득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김 부장은 “보조금 덕분에 일본 기업들도 양질의 모듈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과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맺는 방안이 순항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은 최근 ㎾당 태양광 42엔, 중·조수력 30엔, 지열 및 바이오매스 27엔, 풍력 23엔을 지원하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 보조금 제도’를 확정했다.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다. 덕분에 일본 태양광 시장은 2010년 362만㎾, 2011년 460만㎾에 이어 올해 600만㎾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연평균 30% 정도 성장하는 셈이다.

일본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에스에너지(사장 홍성민)는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독자적으로 사무실을 내는 대신 전국적인 사후관리(AS) 망을 확보한 양판점 등과 손잡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 들어 일본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더 좋아질 걸로 보고 전략 파트너십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웅진에너지(사장 이재균)도 일본에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고품질 단결정 제품으로 중국 등 저가 제품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일본 기업들에 잇따라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측은 “거래를 트기 위해 샘플 위주로 영업하는 단계”라며 “반응이 좋아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치밀한 전략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일본 시장이 ‘가뭄에 단비’가 될 것은 확실하지만 모듈, 시스템 등 비즈니스 영역에 따라 수혜의 폭은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녹록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인증과 현지화 전략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