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은행권 부실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대규모 부실대출이 발생한 은행권 탓에 경제가 동반 침몰하는 ‘죽음의 나선’이 구축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정부가 추진했던 부실은행 방키아에 대한 자금 지원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자국 4위 은행 방키아의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190억유로 규모 국채를 방키아에 출자한 뒤 이를 ECB가 보유한 현금과 맞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ECB가 “스페인 정부의 요청은 ECB가 회원국에 직접 자금 지원을 할 수 없도록 한 유럽통합조약(리스본조약)에 어긋난다”고 거부하면서 방키아 구제 방안이 난관에 빠졌다. ECB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미겔 앙헬 페르난데스 오르도네스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는 내주에 임기보다 한 달 앞서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파문이 커지자 ECB는 “스페인 정부와 구체적인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FT 보도를 부인했다.

각종 경제지표도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스페인 국립통계청은 4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9.8%(연율 기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30일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연 6.6%를 넘어섰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도 한 달 만에 다시 연 6.0%를 넘어섰다.

외국 자본의 스페인 이탈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독일 은행권의 스페인 채권 보유 규모가 지난해 2월 1302억유로에서 올해 2월에는 1180억유로로 1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매튜 린 스트래터지이코노믹스 최고경영자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은 그리스보다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만큼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이점이 많다”며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에 앞서 ‘스펙시트(Spexit·스페인의 유로존 퇴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