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손실액 아무도 몰라
위험성 알 수 없는 파생상품, 글로벌 경제 '또 다른 뇌관'
美경제, 유럽 재정위기에 강해…에너지값 내리고 주택시장 진정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는 과장…내수시장 커 유럽 영향 극복 가능
“문제는 스페인이다. 스페인발(發) 금융위기가 오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심각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제휴사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로버트 톰슨 편집국장은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위기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보다 스페인발 위기가 더 심각할 것이란 얘기다. 유럽위기뿐만 아니라 JP모건체이스가 손실을 낸 사건도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파생상품의 시장 규모와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자체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제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톰슨 국장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나.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리스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3~4개월 전에는 가능성이 35%였지만 지금은 대략 70%다. 논의 주제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탈퇴 여부가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리스 탈퇴가 가져올 정치적, 법적, 경제적 파장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이론적이 아닌 현실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6월17일 그리스에서 치러질 2차 총선거가 중요하다. 총선 결과에 따라 70%인 이탈 가능성은 50%로, 혹은 100%로 바뀔 것이다.”
▶유럽 위기가 독일 결정에 달렸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스인의 운명은 그들이 결정할 것이다. 독일은 약간의 영향력을 행사할 뿐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독일은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해 엄격했다. 병적으로 싫어했다. 그러나 최근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용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독일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면 독일 내 생산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생산비용 증가는 곧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거시경제의 불균형(독일과 기타국 간 성장) 해소와 유럽의 경제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한가.
“리먼 사태는 민간은행 시스템에 국한된 문제였다. 지금은 유럽 국가 전체의 위기다. 또 리먼 사태는 장기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재정위기는 장기적인 문제다. 가장 심각한 나라는 스페인이다. 경제 침체가 스페인 은행에 큰 타격을 줬다. 특히 2대 은행인 산탄데르와 BBVA가 걱정이다. 이들 은행은 남유럽에서 큰 규모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재정위기가 다시 금융위기로 번지고 있다. 리먼 사태 때보다 심각하다고 본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국채를 가진 다른 금융회사들도 어려워질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까.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강해 보인다. 지난 3~5월 경제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더뎠다. 이를 유럽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미국인들이 예상보다 따뜻했던 겨울 날씨 때문에 소비를 앞당겼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지난 3년을 돌아보면 늘 그랬다. 이른 봄에는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고개를 들다가 봄이 끝나갈 무렵 비관론이 커졌다. 금융위기 후 미국은 계속 성장해 왔다.”
▶미국 경제가 회복된 배경은.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이다. 유가가 내렸고 천연가스 가격이 매우 싸졌다. 셰일가스 혁명도 한몫했다. 에너지 가격이 낮아져 미국에서의 생산비용이 내려가고 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예상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미국 주택시장 전망은.
“주택 위기는 진정되고 있다. 최근 플로리다로 휴가를 다녀왔다. 지역 주민들이 집을 살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그렇게 여기면 이는 터닝포인트로 볼 수 있다. 주택 가격이 안정되면 경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 미국 주택시장은 확실히 바닥을 쳤다.”
▶페이스북 상장에 대해 말이 많은데.
“상장 후 주가는 부진했다. 페이스북 가치산정 방식으로 애플 가치를 계산하면 3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 경제의 3배에 해당되는 규모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페이스북 가치산정 방식이 좀 후했다. 모바일 전략에도 문제가 있다. 미국인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 여기서 매출을 어떻게 늘릴 것이냐가 문제다. 이런 면에서 페이스북의 가치산정이 너무 후했다는 결론이다. 몇몇 사람들은 거품을 얘기하는데, 어쨌든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세가 꺾이는 조짐이 확연해졌다. 앞으로 어떤 양상을 보일지 궁금하다.
“중국은 연착륙 중이다. 중국 경제는 스스로 경착륙을 막을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은행이 대부분 국영은행이다. 정부가 투자하라고 하면 즉각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대출금리를 조절하는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적 도구 중 하나다. 중국의 경착륙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오히려 문제는 중국이 경제구조를 얼마나 빨리 수출 주도형에서 내수 주도형으로 바꿀 수 있는가다. 물론 유럽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매우 큰 내수 시장을 갖고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경기를 부양할 이유가 있다. 올해 후진타오·원자바오의 시대가 끝나기 때문이다. 6개월 남았다. 그들은 남은 6개월 동안 경기가 식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역사에 그렇게 기록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노력 중인데.
“미국 달러의 위상은 강력하다. 위안이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상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은 말도 안 된다. 위안은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2급 통화(second class currency)에 머물 것이다. 달러가 지배하는 체제가 유지될 것이다. 위안화 환율이 몇 년 전에 비해 유연해졌다고는 한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에 주요 통화로 보유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브릭스(BRICs)도 타격 받을까.
“브릭스 경제는 취약하다. 유럽 위기에 더 쉽게 전염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국가별로 상황은 다르다. 중국은 괜찮을 것으로 본다. 가장 큰 관심은 브라질이다. 6개월 전만 해도 브라질 경제가 이렇게 어렵게 될 줄 몰랐다. 일부는 유럽 때문이지만 내부 문제도 심각하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정부가 민간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도 문제다. 브라질이 브릭스에 속해 있다고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인도 경제는 더 성장할 수 있었지만 충분히 개방하지 않아 기회를 놓쳤다.”
▶신재생에너지 시장 전망은.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천연가스 때문이다. 천연가스는 석탄 등 화석연료보다 깨끗하고, 태양광 풍력보다는 저렴하다. 그러나 몇 년 뒤를 겨냥한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2차전지로 돈을 벌 수는 있다. 하지만 태양광은 중국과 경쟁해서 돈 벌 수 있는 다른 나라가 별로 없다.”
▶글로벌 경제에 다른 위협 요인이 있다면 뭔가.
“JP모건 사태도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수십억달러 손실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핵심 문제는 JP모건이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손실 위험에 놓인 파생상품 투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이 안 된다는 말이다. JP모건은 리스크 관리에 강점이 있던 은행이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금융시장의 파생상품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중요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미디어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전략은 수익성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동시에 해외 진출과 다양한 플랫폼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이 유용하다고 여기는 가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 주고 사봐도 아깝지 않은 콘텐츠 생산 능력이 성패를 가를 것이다. 이와 함께 콘텐츠를 어떤 가격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어떤 서비스를 특화할 것인가도 고민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모바일이다. 모바일 콘텐츠 가격을 어떻게 매길 것인지, 광고는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가 해결 과제다.”
◆ 로버트 톰슨은…
호주서 신문사 인턴으로 첫발…中·日 특파원 활약 ‘아시아통’
17세에 호주지역 언론 더헤럴드 인턴으로 언론계에 첫발을 들였다. 호주 왕립멜버른공과대(RMIT)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한 뒤 더시드니모닝헤럴드,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서 기자로 활약했다. 1980~1990년대에는 베이징과 도쿄 특파원으로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일본의 버블경제 등을 직접 취재했다. 중국어와 일본어 실력이 유창해 ‘아시아통’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FT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그는 1996년 말 FT 주말판 개편을 주도, 구독 부수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이후 FT 미국판 편집장을 지냈고, 더타임스 편집국장 시절에는 온라인 구독자 수를 13배 이상 늘렸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은 이 같은 능력을 높이 평가해 WSJ를 인수한 이듬해인 2008년 그를 편집국장으로 임명했다.
정리=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