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쌍두마차' 강세
영원무역·한세실업, 원자재값 하락에 일감 몰려
패션업체는 '한겨울'
한섬·베이직하우스 등 경기침체·변덕날씨로 추락
의류·패션주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영원무역 한세실업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약세장에서도 뛰어오르고 있다. 반면 자기 브랜드를 내걸고 영업하는 LG패션 한섬 베이직하우스 등 패션업체들은 내수 경기 침체와 해외 유명 브랜드들의 공세에 밀려 주가도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잘나가는 OEM 쌍두마차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영원무역은 전날보다 1750원(6.28%) 오른 2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원무역 주가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로 증시가 맥을 못 춘 이달에 20.32%나 올랐다. 한세실업도 강세다. 1월 말 6190원이던 주가는 2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이날 사상 최고가인 9700원을 찍었다.
두 회사가 약세장에서도 빛을 발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해외 업체들과 거래하는 만큼 국내 경기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더욱이 이들과 거래하는 업체들은 요즘 ‘뜨는’ 업체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나이키 등 40여개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한세실업은 갭, 아베크롬비&피치 등 중저가 브랜드에 이어 ‘세계 3대 SPA(제조 직매형 의류)’로 꼽히는 유니클로 자라 H&M과도 거래를 튼 상태다.
원부자재 가격 하락도 한몫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작년 이맘때 파운드당 1.2~1.3달러를 오가던 원면 가격이 0.8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손효주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은 각각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 메인 공장을 둔 덕분에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른 중국 업체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체는 고전
패션업체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LG패션이 이달 들어 10.90% 하락한 것을 비롯해 고급 여성복 업계의 ‘지존’으로 불리는 한섬(-9.18%)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저가 의류 업계의 강자인 베이직하우스(-24.29%)와 코데즈컴바인(-18.42%)의 주가는 아예 ‘추락’했다.
업계에선 패션업체들의 주가 하락 요인으로 경기 침체와 함께 ‘엇박자 날씨’를 지목하고 있다. 겨울옷을 한창 팔아야 했던 작년 11월에는 ‘따뜻한 초겨울’이, 봄옷 시즌인 올 3월에는 ‘추운 봄’이 찾아오면서 ‘헛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해외 SPA업체들의 ‘세(勢) 확장’도 국내 패션업체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유니클로의 지난 회계연도(2010년 9월~2011년 8월) 국내 매출은 3279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5% 늘었다. 자라 역시 1673억원으로 25% 증가했다. 가격대가 비슷한 베이직하우스와 코데즈컴바인이 직격탄을 맞았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해외 OEM 업체에는 유리하고 국내 패션업체에는 불리한 환경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주가 차별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