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재연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주기가 짧아지고 파급효과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돼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아랍 민주화 이후 지정학적 불안감이 해소된 데다 미국이 세계시장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 주도 투자로 고도 성장을 지속해 온 중국이 소비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면 세계 경제가 순항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12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둘째날 열린 세션2에서는 ‘세계 경제가 가진 위기와 도전’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기조연설은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토론에는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피터 코넬리우스 유럽 프라이빗에쿼티·벤처캐피털협회장이 참여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사회를 봤다.

◆지정학적 안정이 위기 확산 막아

케이건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충격을 세계 경제가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세기 초반 일어난 세계대전 같은 대규모 전쟁이 없는 데다 국제 정세도 안정돼 있다는 점에서 유럽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현재 상황은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혼돈이 동시에 일어났던 1920~1930년대와는 차이가 있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가 과거처럼 유럽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랍권에 민주주의 정권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는 점도 세계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정학적 안정을 이뤄낸 세계 리더로는 미국을 꼽았다. 민주주의와 개방경제를 앞세운 미국의 리더십이 국제 정세를 안정시켰다고 평가했다. 중국 등 다른 강대국이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케이건 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 국가는 없다”며 “최근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아직은 자유시장경제 등 국제시스템을 지지하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투자 재조정 필요

페티스 교수는 투자를 통한 대외 무역수지 흑자 정책으로 성장해 온 중국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투자와 민간소비 부문의 재조정(rebalancing) 없이는 위기 국면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 소비 비중이 40%에 불과하고 이는 투자 위주 경제 성장의 한계점을 보여주는 수치”라며 “국내 소비를 늘리지 않고는 더 이상 경제 성장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페티스 교수는 위기 해결 방법으로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부를 이전하고 농민에게 토지를 불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을 자연스럽게 높여 경제에 활력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페티스 교수는 “중국 내에서 벌어진 최근의 정치 스캔들에 비춰볼 때 정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자칫 중국 정치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시아 국가 잠재력 지켜봐야

토론에 나선 박 이사장은 “미국의 지배권 행사는 이어지겠지만 아시아와 유럽의 도전 또한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 내부의 양극화와 경제 비효율성 문제가 해결된다면 중국의 앞날은 여전히 밝다”고 전망했다. 코넬리우스 협회장은 “유럽 위기 해결을 위해선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진행될 유럽연합(EU) 정상회의와 아일랜드 국민투표, 그리스 선거 등이 유로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훈/고은이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