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니아로 알려져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야구 철학은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경기’다. “팬들이 고객이니 팬들을 생각하는 야구를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재미’와 ‘감동’의 삼성 야구는 비단 그라운드 안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삼성 라이온즈는 야구장 밖에서도 야구에서 재미를 느끼고 야구를 통해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대상은 철저하게 청소년들에게 맞춰져 있다. 미래의 주역이기도 하거니와 가장 적극적으로 야구를 할 수 있는 때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통해 도전 능력과 창의력을 심어주려는 교육적 효과가 가장 높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됐다.

◆토요일은 삼성 야구 배우는 날

지난 12일 대구고 운동장.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달부터 야구를 좋아하는 청소년 30명을 모았다. 이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명도 ‘야구는 내 친구’이다. 입시 스트레스와 학교 폭력에서 벗어나 야구를 통해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대구고뿐만 아니라 대구 시내 학교에서 야구부가 있는 대구중, 상원고 운동장도 모두 빌렸다. 시간은 야구부 연습이 없는 매주 토요일로 정했다. 학교별로 30명씩 90명에게 토요일마다 야구의 즐거움을 가르쳐주고 있다.

한때 삼성 야구 전성기를 이끈 권영호, 우용득, 이선희 스카우터가 직접 나서 학생들과 함께 야구 삼매경에 빠져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도자들의 재능뿐 아니라 야구용품도 지원하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구시교육청과 양해각서(MOU)까지 맺었다. 삼성의 스카우터 3인방은 지난달부터 오는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세 시간씩 청소년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코치진이 주말에 출동한다면 선수들은 청소년들의 주중 일과 시간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 2군 선수들은 중학교 체육시간에 1일 교사로 참여한다. 대구시 교육청이 선정한 대구 시내 중학교가 1차 대상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청소년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야구의 팽팽한 긴장감과 경기장의 뜨거운 응원 열기를 맛볼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야구 관람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대구에서 삼성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대구시 교육청이 선정한 3개 반 학생을 야구장으로 초대하고 있다. 올해 66경기에 200개 가까운 학급의 학생들이 무료로 삼성 야구 경기를 보게 된다.

이때 학생들뿐 아니라 학급 담임 교사도 꼭 함께 야구장을 찾아야 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하나되고 서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이 행사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이벤트 이름도 ‘선생님과 함께 야구장으로!’로 정했다.

김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주고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구팬들이 시구에 시타까지

삼성은 유명 스타들의 팬서비스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선수 2명이 대구백화점 등에 나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인회 때마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병행하고 있다.

팬들을 경기의 주인공으로 예우하고 있다.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의 독무대인 시구 기회를 일반 야구 팬들에게 개방한 것. 시구뿐 아니라 시타에 심지어 경기 전 울리는 애국가 제창도 팬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었다. 팬들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노래까지 다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이벤트명은 ‘던지고, 치고, 부르고’로 정했다.

삼성 라이온즈 공식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작년 처음 시작한 뒤 반응이 좋아 올해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인연이 있는 사람들끼리 같은 날 시구와 시타를 하는 경우도 있고 친구들끼리 이벤트를 통해 멋진 추억을 만들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