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MICE)산업 장기적 발전을 위해 "민·관협력" 중요
-정부, 국내 전시 활성화 위해 "균형감 있는 시각" 필요

최근 마이스(MICE)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비상하다.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 할 것 없이 전시, 컨벤션, 보상관광,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급 효과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내 마이스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저해 요인으로 민,관 그리고 참여자 간의 비효율적 협력관계를 '1순위'로 꼽는다. 이는 곧, 정부와 민간 간의 가교 역할을 해야하는 학계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문적으로 볼 때 국내 마이스(MICE) 산업은 20여 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신생 학문으로 분류된다. 1990년대 후반에야 비로소 대학의 전문 학과가 개설됐을 정도.

이번 주 '스토리人마이스'에서는 독일에서 학업과 실무경험을 쌓고 현재 강단에서 미래의 마이스 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김봉석 교수(경희대학교 컨벤션경영학과)를 만났다.

유럽 교역의 중심이자 세계적 전시산업의 '메카' 독일. 국내 유일의 '지독파(독일을 잘 아는)' 전문가로 통하는 김 교수를 만나 독일 마이스산업과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한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지독파(知獨派) 전시컨벤션 전문가

김 교수는 전시·박람회 분야를 전공으로 독일에서 학위를 받은 국내 유일한 지독파(知獨派) 마이스 전문가로 유명하다.

교환학생 자격으로 독일에 머무르던 대학생 시절, 우연히 전시장을 방문했다가 한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시 국내에는 지금의 코엑스와 같은 전문 전시장이 건립되기 전이었다. 그 정도로 전시·박람회는 국내에서 생소한 분야였다.

학업을 마친 김 교수는 독일 전문 전시컨벤션센터에 입사, 실무경험 쌓았다. 마이스 분야가 실증학문이기 때문에 학문과 실무에 대한 균형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전시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독일에서 학위를 땄다는 것 이외에도 마이스 특히, 전시컨벤션 분야에서 인정받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교수는 "독일의 경우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을 행사를 기획하기 때문에 산업을 주도하는 양질의 전시·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전시회의 질적 향상을 위해 독일과 같은 전문성 확보를 위한 시스템의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 "사람이 경쟁력"이며, "유사행사" 조율해야...

김 교수는 국내 마이스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유능한 인적자원에서 찾았다. 현재 국내 전시산업을 이끌고 있는 구성원들의 능력과 서비스 마인드는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쾰른메쎄(Cologne Messe)에 입사해 세계 최대 규모의 공구전시회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왜 독일이 전시산업의 선진국일 수 밖에 없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으로 지어진 전문 시설과 호텔, 레스토랑 등 전시컨벤션 행사를 위해 효율적으로 조성된 인프라 외에도 시스템화 되어 있는 업무체계와 전문성이 가장 부러웠다고 한다.

국내의 PEO(전문전시주최자)나 PCO(전문컨벤션기획자)의 경우 일 년에 보통 2, 3개의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반해 독일의 경우 한 개의 행사만을 전문적으로 맡아 개최한다고 한다.

결국 사람의 전문성이 산업 발전의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이다.

김 교수가 학생들에게 항상 서비스 마인드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비스 마인드와 함께 국제적 감각을 미래의 마이스 전문가가 갖춰야 할 자질과 능력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국내 전시산업도 이제는 하드웨어 중심의 양적 성장만이 아니라 질적인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유사 행사의 난립을 꼽았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나 기관의 강제적인 규정이나 규제를 통한 방식은 경계했다. 독일의 경우, 중복 행사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AUMA(독일전시협회)의 중재아래 각 이해당사자가 모여 협의하고 조정을 한다는 것.

행사 중복 개최의 문제는 규정이나 규제를 통한 방식보다는 주최자와 참가기업, 협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비즈니스적으로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편 김 교수는 이에 대한 나름의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유사 행사가 동일 기간에 같은 장소에서 여는 동시개최(Co-Location)방식이 그것이다.

동시개최로 행사가 대형화 되고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참가기업과 바이어 간에 거래 상담이 늘어나 행사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국내 전시 활성화 위해 정부, "균형감 있는 시각" 가져야

김 교수는 국내 전시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을 꼽기도 했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국내와 해외 전시회 간에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매년 정부와 각 지자체가 해외전시 참가지원 사업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약 600~800억 원 이지만 국내 전시회에 대한 지원 규모는 100억 미만으로 차이가 심각하다.

해외전시회 지원사업이 국내 기업의 해외마케팅을 지원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지만 결국 국내 기업들이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국내 행사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식의 적극적인 방법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전시산업 육성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안방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최된 전시회와 국제회의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6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국제회의나 전시회가 정보 교류와 지식 습득의 기회라는 사회적 인식 외에도 전시컨벤션센터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공동체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다"며 마이스 산업은 경제적 효과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도 효과가 높은 산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마이스 산업의 발전을 꿈꾸는 한 명의 마이스人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가교(架橋)라고 힘주어 말한다.

아직 신생 학문인 까닭에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마이스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지독파(知獨派) 마이스 전문가 김봉석 교수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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