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6개 대기업이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가장 높은 ‘우수’ 등급을 받았다. 반면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홈플러스 효성 LG유플러스 STX조선해양 등 7개 기업은 상대적으로 상생협력 노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위 등급에 속한 기업들은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우수’ 기업에 다양한 혜택

동반성장위원회는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동반성장지수(작년 실적)를 10일 발표했다. 동반위는 기업들의 반발을 의식, 합산 점수를 1위부터 56위까지 순위별로 공개하는 대신 △우수 △양호 △보통 △개선 등 4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최고 등급인 ‘우수’에는 6개사가 포함됐다. 이어 ‘양호’ 20개사, ‘보통’ 23개사, ‘개선’ 등급에 7개사가 각각 선정됐다.

이번 평가는 상호출자제한을 받는 200대 매출 대기업 중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56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우수 또는 양호 등급에 뽑힌 기업들은 하도급 분야 서면실태조사 1년 면제, 공공입찰 시 가점 등 인센티브를 받는다. 보통 또는 개선 등급에 속한 기업들엔 별도의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업종별 특성 및 시황 고려해야

‘보통’ ‘개선’ 등 하위 등급에 속한 기업들은 결과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들이 제기하는 비판의 초점은 동반위의 일률적인 평가 잣대다. 업종별 특성 및 시황을 감안하지 않고 일반 제조업체와 유통·서비스, 건설, 통신 업체를 동일 기준으로 평가하다보니 객관성을 결여했다는 지적이다. 작년 2월 동반위가 처음 동반성장지수 평가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상위권에 뽑힐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날 발표를 보더라도 작년 실적이 좋았던 자동차 전자 업체들이 대거 상위 등급에 포함된 반면 건설 조선 정보기술(IT) 유통 업체들은 대부분 하위권으로 밀렸다.

‘개선’ 등급을 받은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그동안 협력업체에 대한 현금 결제 확대 등의 노력을 많이 했는데 업황이 안 좋다 보니까 개선 등급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도 “업종별 시황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자금 지원 평가배점 너무 높아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에 과도한 배점을 주는 평가 방법도 논란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출 지원 등 자금 지원에 대한 평가 비중이 정량 평가 항목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도 문제”라며 “교육 및 판로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에 대한 배점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양금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중기협력센터 소장은 “자금 지원 분야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연간 매출액의 0.6%를 중소기업에 지원해야 한다”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기업엔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56개 기업들이 대부분 동반성장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는데 상·하위 등급으로 구분해 망신을 주는 것은 오히려 동반성장에 해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정호/김현석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