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2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11개월째 동결이다. 물가는 여전히 높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경제 여건이 불안하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금통위는 최근 시장에 퍼진 금리 인하 가능성도 일축했다.

이번 금통위는 2년 만에 정원인 7명을 모두 채우고 열린 첫 회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동결’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토론은 전혀 없었다”며 “금리 정상화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은 ‘인상’ 쪽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시장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조금씩 확산되던 분위기였다.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이후 유로존 재정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에서였다. 이로 인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9일 연 3.37%에 마감, 지난 2월1일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오석태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상무는 “현 시점에서 금리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강력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김 총재의 언급 내용을 분석해 보면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날 경우 오히려 한두 차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여전히 물가가 높은 수준에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김 총재는 “4월 소비자물가는 2.5%로 나왔지만 정부의 복지 정책 효과를 빼면 3.1%”라며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아직 3%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리를 당장 올리기에 부담스러운 요인도 설명했다. 김 총재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스페인 재정 문제 악화에 대한 우려, 유로존의 실물경제 부진, 예상치를 밑돈 미국 고용지표 등으로 위험회피 성향이 다소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나온 국내 경기 지표도 혼조세를 보이면서 성급한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