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투트랙' 운용
노후대비 채권·예금·연금은 장기투자…교육·생활비는 주식·펀드로 단기투자
지난해 8월 이후 유럽 재정위기 여진이 계속되면서 재테크 패러다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개미’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가 많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전(電)·차(車)’ 쏠림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식투자를 통해 목돈을 벌었다는 개인 투자자들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노리기보다 ‘금리+알파(α)’ 정도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쪽으로 투자자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연 10%를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변화한 환경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눈높이’ 낮아진 투자자들
올해 개인들의 투자 ‘성적표’는 시원치 않다. 개별 종목 직접투자의 경우 올초부터 지난 4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인 LG전자 제일모직 KT 현대모비스 호남석유는 평균 6.48%의 손실을 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8.95% 상승했다.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9.29%로, 개별 종목 투자에 비해서는 사정이 낫지만 전문가들인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데도 시장 평균을 가까스로 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전 같으면 연 10%를 훌쩍 넘겼을 개인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연 7% 안팎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평호 우리투자증권 강남지역본부장은 “요즘 부자 고객들은 연 5~10%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가입하는 분위기”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시 회복기였던 2009~2010년과 비교하면 기대수익률이 크게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립식·분산투자 미세조정해야
재테크 환경이 이처럼 바뀌었고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중요시되는 시점이기는 하지만 은퇴 이후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수익을 꾸준히 올려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재테크의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지고 있는 ‘장기·적립식·분산투자’에 미세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무조건 오래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자산을 두 종류로 쪼개 채권·예금·연금과 같은 노후 대비용 자산은 장기 투자하고, 자녀 교육비와 같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는 주식·펀드 등 위험자산에 단기 투자해 적극적으로 이익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다.
적립식 투자는 과거와 같이 매달 같은 날 기계적으로 돈을 집어넣기보다 주가가 조정받을 때 더 많은 금액을 집어 넣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춰 적립식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코스피지수가 내리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자동으로 추가 매입해주는 ETF랩어카운트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적립식 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분산투자를 할 때는 최근 장 상황에 따라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중·소형주 펀드나 해외 펀드보다 주가연계증권(ELS) 인덱스펀드 등의 투자 비중을 늘려 안정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남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강남 부자들은 최근의 재테크 환경 변화에 맞춰 일찌감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마무리했다”며 “개미 투자자들도 적정 수준의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손실 방어에 무게를 두면서도 적정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자산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