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반칙투성이 그림, 그 기묘한 매력
또 한 가지 이상한 것은 그림에 원근감이 전혀 없다는 점이야. 금빛이 감도는 왼쪽의 바위와 오른쪽의 바다, 그 위의 노을 진 하늘은 마치 색종이를 오려붙인 것처럼 평면적이야. 게다가 색채도 강렬함과는 거리가 멀어. 도무지 회화의 상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는 ‘미운 일곱 살’ 악동이 그린 것처럼 말일세. 놀라운 건 규칙을 몽땅 파괴했는데도 작품이 그럴싸하다는 점이야. 반칙투성이 그림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 것, 퓌비 드 샤반이 현대미술에 던져 준 선물일세.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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