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매출의 65%에 달하는 복합기 대여와 판매, 유지보수·잉크 매출 비중을 줄이고 디지털 인쇄와 문서관리 서비스 비중을 50% 선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우에노 야스아키 한국후지제록스 사장(사진)은 지난 27일 서울 정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인쇄량이 점점 줄고 있다”며 “프린터·복합기 제조업체들은 디지털 인쇄 시장과 문서관리 서비스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지난해 4분기 A3복합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던 신도리코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31%)를 차지했다. 복합기 시장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선 셈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사업구도를 다각화하는 데 더 힘써야 한다는 것이 우에노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특히 ‘디지털 인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인쇄는 필름이나 판 제작, 후처리 등 모든 공정을 디지털로 처리하는 인쇄 방식으로, 기존 오프셋(offset) 방식과 달리 다양한 인쇄물을 소규모로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우에노 사장은 “벨기에 자동차 유통업체인 디테른(D’Ieteren)의 폭스바겐 사업부는 2010년 우리와 제휴를 맺고 일반적인 종합 카탈로그 대신 각 고객의 특성을 감안한 특별한 카탈로그를 제작했다”며 “맞춤 카탈로그를 받은 고객의 전시장 방문율이 1.5%에서 20%로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전시장에서 시승을 한 고객의 구매비율도 13%에서 약 50%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는 “30대 후반 기혼 남성에게는 세단 모델을, 20대 중반 여성 직장인에게는 중소형 모델을 비치한 카탈로그를 보내고 각 고객이 선호하는 색상, 디자인 등까지 미리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트래블랜드 역시 고객의 나이, 성별, 선호하는 국가, 여행 종류 등을 파악해 따로 제작한 간행물을 보낸 결과 수신자의 23%가 여행사 매장을 방문했고, 방문 고객의 87%가 여행을 계약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에노 사장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도 강조했다. 예전에는 종이나 잉크를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매출을 늘려왔지만, 앞으로는 인쇄물 출력량과 기기 사용대수를 줄여주는 ‘문서관리 아웃소싱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서비스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본사에 있던 1300여대의 복합기, 프린터 대수를 600여대로 줄였고 용마로지스는 전자팩스 시스템으로 월평균 종이 사용량 3만3000장을 아끼는 성과를 보였다”며 “지난해 이 사업부문에서 55%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복합기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데 따른 부담이 없느냐는 질문에 우에노 사장은 “우리와 사업목표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기계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대기업의 이점”이라면서도 “앞으로 단순히 기계를 팔기보다는 ‘문서’와 관련된 기업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는 문서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