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제조업을 하는 박 사장을 만났다. 회사 지분의 80%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법인을 설립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한번도 배당을 해 본 적이 없다. 박 사장은 회사가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그동안 쌓아둔 법적 적립금 중 일부를 배당으로 지급할 생각이다.

박 사장의 경우처럼 비상장 중소법인은 설립자(대표)나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회사 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회사 형태는 법인체이지만 최고경영자(CEO) 개인회사와 유사하게 운영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업 초기나 성장기에는 배당보다 이익금 대부분을 재투자하거나 사내에 그냥 유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유보된 자금이 충분하다면 배당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하는 게 좋다. 재투자가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내부 유보보다 매년 안정적으로 배당을 실시하는 게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배당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금융소득종합과세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간 4000만원을 넘으면 본인의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41.8%(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을 매기는 제도다.

예를 들어 20년간 한번도 배당하지 않았던 박 사장이 올해 배당으로 5억원을 받는다면 기존 급여 1억원과 합산 과세돼 5억원 대부분이 41.8% 세율로 과세된다. 세금만 2억원이 넘는다.

반면 다른 금융소득이 없다고 가정하자. 매년 4000만원 한도 내에서 배당을 받으면 15.4%의 일반 세율이 적용된다. 매년 616만원 정도만 세금으로 원천징수되는 것이다. 과세가 종료돼 연간 납부하는 소득세를 비롯한 많은 세금을 절세할 수 있다.

따라서 일시에 과도하게 배당하는 것보다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배당하는 게 주주들에게 유리하다.

법인이 배당을 실시할 때는 배당이 가능한 이익이 실제 존재해야 한다. 주주총회 승인 등 일정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상법상 법인은 법인에서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법정적립금으로 쌓도록 하고 있어 특정한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이익금이 아무리 많아도 함부로 배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박 사장과 같이 배당을 한번도 실시하지 않았던 회사라면 배당에 앞서 배당 절차와 규모 등에 대한 전문가 조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동우 < 삼성패밀리오피스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