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삭공구시장'글로벌2'
텅스턴 정제~절삭공구 완제품까지…작년 매출 5000억·영업익 794억 '알짜'
11년째 사장직 "난 대구시민"
군대서 체득한 '본보기 정신'이 고속·지속성장 원동력 됐죠
제2공장 준공
수요급증 맞춰 생산능력 2배 확충…상동 텅스텐광산에 790억 투자
직원들은 별도의 방진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공장 동마다 지하에 컨베이어 벨트를 깔아 생산된 제품이 자동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했다. 주력 생산품은 자동차, 항공, 선박 산업과 중공업 분야에서 쓰이는 절삭공구를 비롯해 초경제품, 텅스텐산업제품군, 텅스텐 파우더 등이다.
현재 세계 절삭공구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스웨덴 샌드빅(Sandvik)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28%)를 달리고 있다. 영국과 미국, 일본 등 26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2007년 매출 3063억원, 영업이익 794억원의 실적을 달성한 알짜회사다. 당시 영업이익률이 25%에 달했다. 유한회사로 전환한 뒤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지난해 매출 5000억원에 영업이익률이 15~20%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과 내수 비중은 65%, 35%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대구텍은 이스라엘의 절삭 공구 전문 기업 IMC(International Metalworking Companies)그룹의 계열사다.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벅셔 해서웨이가 2006년 5월 40억달러로 IMC의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버핏 회장의 ‘손자 회사’로 편입됐다. 대구텍은 1952년 설립된 대한중석이 모태다. 대한중석은 1994년 거평 그룹에 인수됐으나 1998년 외환위기로 거평이 부도나자 현재 주인인 IMC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대구텍처럼 한 공장에서 고순도의 텅스텐 정제부터 절삭공구 완제품 생산까지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모셰 샤론(64)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설비와 연구·개발(R&D) 역량을 꼽았다. 1300여명의 직원 중 10%가 R&D 인력이다. 매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글로벌 마케팅도 회사의 강점이다. IM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한국인 특유의 집중력과 열정이 경쟁력에 배어 있다는 평가다.
그는 “IMC그룹은 계열사 제품과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힘써왔고, 1000억원 규모의 제2공장을 최근 준공한 것도 IMC의 지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출신의 샤론 사장은 한국말이 서툴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이며 ‘대구시민’”이라고 강조할 만큼 대구시와 대구텍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대구텍에서 올해로 11년째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IMC 전체 재직기간의 3분의 1을 한국에서 보냈다. 1966년부터 1969년까지 3년간 이스라엘 해군에서 장비 보수를 담당한 그는 1981년 이스라엘 IMC그룹에 입사, IMC 본사와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다 2001년 대구텍 사장으로 부임했다. 기업 경영철학에 대해 질문하자 샤론 사장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군에서 배운 ‘본보기’ 정신을 소개했다.
그는 “‘본보기’는 이스라엘군 리더십의 기본 덕목”이라며 “내가 먼저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에 나서서 부하도 나를 믿고 따르게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회사에서 연이은 출장이나 빠른 업무처리, 조직에 대한 충성 등을 직원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본인부터 묵묵히 실천할 뿐이다. 자신의 독자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이스라엘 특유의 ‘후쯔파’ 정신도 경영에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쯔파는 주제 넘고 뻔뻔하며 오만하다는 뜻의 단어로 자신이 옳다면 실패할 확률이 많더라도 과감히 도전하는 용기로 나타난다”며 “실패 역시 배움의 과정이기에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론 사장은 인터뷰 내내 ‘progress(성장)’를 강조했다. 이는 대구텍 기업 경영의 핵심이기도 하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부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스스로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정하고 거기에 맞춰 완고하게 추진해나가는 것이 성공의 길이다.”
샤론 사장의 목표는 분명하다. 향후 20년간은 매년 20~30% 고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도 포함된다. 그는 “경제 위기 시 고성장은 어렵겠지만, 항상 위기가 끝날 때를 대비해 충분한 기술력과 인력, 유통망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직원들의 역할도 경영 포인트다. “기업과 공동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직원들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 경우 분명히 고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구텍의 제2공장이 지난 2일 준공됐다. 낡은 아파트와 단층 주택들이 드문드문 남아 있는 공터였다. 대구텍은 제2공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샤론 사장은 “제2공장 가동으로 생산능력이 두 배 높아져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수요에 발맞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텍은 끊임없는 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한국에서의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강원도 영월의 유명한 텅스텐광산인 상동광산에 7000만달러(790억원)를 투자하는 계약을 25일 체결했다. 텅스텐(중석)은 절삭공구를 만들 때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다. 대구텍은 연간 6000t 이상의 텅스텐을 원자재로 사용하는데, 현재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샤론 사장은 “대구텍은 아직 도전할 만한 세계 시장이 무한하기 때문에 30% 성장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