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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옷 입을때 뇌도 옷 갈아입어…직무 '몰입' 시켜주는 '복장' 정해야

경영학 카페 - 유니폼 효과

옷 입은 사람 생각·집중력에 영향
창의적 업무는 자유로운 캐주얼…섬세한 직종엔 격식에 맞는 정장
예비군 훈련을 받아본 남성 독자들은 알 것이다. 평소에는 겸손하고 사려 깊은 사람도 예비군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안 하던 팔자 걸음도 걷게 되고, 괜한 거드름을 피울 때도 있다. 도대체 왜 예비군복을 입으면 평소엔 잘 안 하던 행동이 서슴없이 나오게 되는 것일까.

사람들이 특정한 복장의 대상에게는 평소와 다른 태도를 갖게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가령 성격이 거친 사람도 가운을 걸친 의사 앞에서는 고분고분해진다든지, 정복 차림의 경찰 앞에서는 왠지 위축되고 복종적이 되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예비군 시절을 떠올리다 보니 옷은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듯하다. 입고 있는 옷은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는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의 생각은 육체적인 경험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경험에는 우리가 매일의 일상에서 입고 있는 옷도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을 때 훨씬 쉽게 그 일에 몰두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옷은 그 업무가 요구하는 능력을 높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 몸이 옷을 입을 때마다 우리의 두뇌도 옷을 입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옷은 내가 생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아담 갈린스키 교수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대학생으로 이뤄진 피(被)실험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에는 의사 가운을 걸쳐주고, 다른 한 그룹에는 평범한 일상복을 입게 했다. 그리고 초록색과 붉은색을 화면에 번갈아 보여주면서 화면 아래쪽에는 녹색과 홍색이라는 글자가 뜨도록 했다. 예전에 오락실에서 인기를 끌던 ‘백기 들어, 청기 들어’ 게임처럼 가끔씩 화면의 색깔과 글자가 어긋나게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잘 알아채고 반응하는가를 측정한 것이다. 이때 의사 가운을 입은 피실험자들이 화면색과 글자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놓치는 비율은 평상복을 입은 사람들에 비해서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단지 의사들이 입는 가운을 걸쳤다는 이유만으로 훨씬 더 높은 집중력을 보여준 것이다. 갈린스키 교수의 실험은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우리의 두뇌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옛 속담은 빈 말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의복이 주는 이런 효과를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창조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됨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창조적 조직을 만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비즈니스 정장이 아닌 자유로운 복장을 권유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옷이 달라짐에 따라 주의력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떠올린다면, 복장을 바꾸는 문제도 남들이 한다고 무턱대고 따라 할 일만은 아니다.

직원들의 근무 복장을 정하기 전에 먼저 직무가 요구하는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게임 개발이나 연구 업무에 요구되는 핵심적인 요소는 창의성이다. 이런 직무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넥타이와 정장을 요구한다면 그들의 창의성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일하게 하는 것이 창조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꼼꼼하고 세심한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자들을 예로 들어 보자. 그들은 캐주얼한 복장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격식에 맞는 정장을 입고 있을 때 보다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높여주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직무의 본질을 반영하는 복장을 권해야 한다.

우리가 입고 있는 복장은 단순히 ‘패션’이 아니다. 옷은 입고 있는 사람의 생각과 집중력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직원들의 복장 문제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업무에 요구되는 본질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본질에 맞는 복장으로 근무할 때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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