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합병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합병 시 비상장기업의 가치 평가에 관한 제한을 풀어줌으로써 기업 인수·합병(M&A)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업 합병 가액 산정과 관련해 ‘증권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할지 여부에 관해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규제 완화의 핵심 내용은 비상장기업의 수익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자본환원율)을 폐지할지, 아니면 낮출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이 합병할 때 쟁점은 두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다. 상장기업은 매일 주식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정해지는 시장가격(주가)이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비상장기업은 그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구체적인 방법을 규정에서 제시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비상장기업의 가치는 본질가치와 상대가치로 나뉘고, 본질가치는 다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로 구분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수익가치다. 비상장사가 향후 2년간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것인가를 나타내는 것이 수익가치인데, 여기엔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이 평가한 수익가치를 10%(자본환원율) 할인해 적용하도록 2010년 12월 규정을 바꿨다.

가령 2010년에 상장기업과 합병하는 비상장기업의 2011년 주당순이익이 10만원으로 추정됐으면, 이를 10% 할인해 9만원만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과대평가함으로써 상장 기업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빈발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다.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했다가 분식회계로 상장폐지된 네오세미테크 사건이 이런 규제를 도입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자본환원율 규제가 강화되자 우회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기업들의 숫자는 급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규제 도입 직전인 2010년에는 25개사가 우회상장했는데, 지난해에는 5개사로 줄었다.

자본환원율 10% 규제는 2010년 도입 당시부터 시장에서 논란이 됐다. 기업 간의 합병은 당사자 간 계약에 맡기면 되는 것이지, 굳이 금융당국이 규제할 필요가 있냐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역시 현재의 자본환원율 규제가 과도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상장사와의 합병 시 상장기업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는 주식매수청구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며 “외부 연구기관에 의뢰해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봐도 이런 규제를 도입한 나라를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