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에서 유럽과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오일머니로 무장한 이슬람 금융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이슬람 자금의 투자 유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우리 정부 역시 작년까지 이슬람 금융 특히 ‘수쿠크’라 불리는 이슬람 채권의 발행을 통해 이슬람 자금을 유치하기 위하여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수쿠크는 일정한 재산을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에 팔아 분리한 뒤 그 자산을 기초로 사채를 발행하고 매각수익이나 임대료 등으로 사채원리금을 지급한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이미 국내에서 일반화된 수익증권과 유사한 구조다. 그럼에도 거래구조가 실물 거래의 외형을 띄고 있는 특성상 부가가치세와 취득세를 비롯한 각종 징수 과정에서 이중과세의 문제가 생긴다.

수쿠크 발행 과정에 과다한 조세를 부과하면 수익성을 악화시켜 발행을 저해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완화하고자 발의된 것이 수쿠크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었다.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에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에 대해 이자소득 법인세를 면제하는 기존의 규정을 수쿠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수쿠크 발행을 위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자산 매도와 재매도 관련 부가가치세도 면제하려 했다.

그런데 당시 개정안에 “내국법인이 이자수수를 제한하는 종교상의 제약을 지키면서”라는 표현이 있는 점을 들어 마치 내국법인이 특정 종교의 교리를 지켜야 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었다.

수쿠크에서 발생한 수익 중 2.5%를 기부하도록 하는 이슬람의 자카트(Zakat) 규정으로 수익금 일부가 테러단체로 흘러 들어갈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조성돼 결국 법 개정에 이르지 못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해외자금조달원 확보를 빼놓을 수 없다.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이슬람 자금의 유치를 포기하는 것은 매우 큰 손실이다.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은 이미 수쿠크를 수용하고 발행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종교적 색채로 인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한 금융상품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사회분위기와 법률적 토대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강율리 지평지성 파트너변호사 ylkang@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