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약간 따분한(sleepy) 느낌이었는데 한국은 정말 다이내믹해요.”

일본에서 18년간 취재기자로 일하다 2010년 3월 한국으로 온 서울 생활 3년차의 베테랑 외신기자 스티브 L 허먼(53). VOA(Voice of America·미국의 소리) 동북아시아 지국장으로, 지난 2월 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2년간 한국을 취재하면서 느낀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회장 선출 직후 계획됐던 인터뷰가 그의 해외 출장 및 핵안보정상회의 취재로 미뤄지다 최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이뤄졌다. 1956년 설립된 서울외신기자클럽은 국내에 상주하는 250명 이상의 외신기자 대표 조직이다.

프레스센터 8층에 있는 그의 방에 들어서자 사방 벽면에 걸려 있는 북한 관련 자료들이 눈에 들어왔다. 회장 취임 축하 인사와 함께 북한 자료에 대해 물었다. “VOA가 송출하는 뉴스의 80% 이상이 북한 관련 소식이라 북한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기 위해서”라며 “도쿄가 아닌 서울에 VOA동북아시아 지국이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1981년 VOA에 입사한 후 기자 생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일본에서 보낸 허먼 회장. 그는 한류 바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허먼 회장은 “젊은층이 아니어서 최근 한류문화를 받아들이기에 좀 부담스럽지만 기자의 눈으로 볼 때 엄청난 것 같다”며 “마치 10여년 전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팝송과 드라마 열풍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제가 문화 전문가가 아니라서…”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충고 한마디도 했다. 그는 “문화산업을 정부가 관리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럴 경우 그 본연의 모습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 애니메이션 등은 민간이 주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술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허먼 회장은 “원래 (음식의) 양보다는 질을 중요하게 생각해 술을 마실 때도 싱글몰트 위스키 한두 잔을 즐긴다. 하지만 한국에 온 후로 막걸리에 푹 빠졌다. 막걸리는 질과 양을 모두 만족시키는 술”이라고 말했다. “유통기한의 문제만 해결하면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독도 얘기도 꺼냈더니 역시나 “부적절한 인터뷰 소재”라고 답했다.

외신기자로서 활동하기에 한국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일이) 끊임없이 생겨나는(relentless) 곳”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기자 일을 하며 태국 말레이시아 등 60여개국에서 생활해봤는데 서울만큼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 없었던 것 같다”며 “기자라면 다음 기사에 대한 압박이 있기 마련인데 서울에선 그럴 걱정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 언론에 대한 생각도 풀어놨다. “뉴스의 양은 많은데 ‘낚시(catch-head journalism)’성 기사들이 많아 아쉽다.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기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