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의 1번지 선전(深)이 2급 도시로 몰락할 수 있다.”(시대주보)

중국 고속성장의 상징이던 선전 경제가 주춤하고 있다. 성장의 두 축인 전통 제조업과 수출 산업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급격한 임금 상승과 해외 시장 위축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도 미약해 선전 경제는 당분간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이런 선전의 모습은 현재 중국 경제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제조업 공동화 가속화

선전시 8개 구(區) 중 가장 남쪽에 있는 룽강(龍崗)구. 대부분 해안을 끼고 있어 개혁·개방 이후 홍콩 대만 등 해외 기업들의 수출 전진기지로 각광받았던 곳이다. 기업들은 이곳에서 무관세로 장비와 원료를 들여와 제품을 만든 뒤 해외로 수출하는 내료가공(來料加工) 무역을 주로 해왔다.

그러나 2005년 3700여개에 달했던 가공무역 공장은 1000여개로 줄었다. 공단 지역에는 빈 공장 건물이 즐비하다. 최상문 선전 한국상회 사무국장은 “2~3년 전부터 선전의 가공무역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가 끊어졌다”며 “임금과 임대료 급상승 등으로 인해 전통 제조업들은 내륙이나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속옷업체 탑폼인터내셔널도 일부 생산라인을 태국과 캄보디아로 이전했다. 펑와이위 대표는 “선전지역의 1인당 노동비용은 한 달에 3000위안으로 최근 2~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속옷 가격은 2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공장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선전 최대 업체인 폭스콘 공장도 마찬가지다. 2010년 45만명이었던 근로자는 35만명으로 줄었다. 폭스콘이 비용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내륙지역에 공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선전 공장 근로자는 3~5년 내 20만명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폭스콘 관계자가 전했다.

제조업 공동화와 해외 수요 부진으로 선전은 지난 1, 2월 두 달 동안 수출입이 562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5% 줄었다. 기업들의 생산액과 판매액도 각각 3.0%, 5.4% 감소했다. 경쟁 도시인 상하이는 같은 기간 수출입이 7% 이상 증가했다.

○구조조정의 실패

선전은 중국 수출의 8분의 1을 담당하는 주력 수출기지다. 1980년 개혁특구 지정 이후 선전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연평균 25.8%씩 급증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선전은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왕양 광둥성 서기는 “새집을 비우고 새로운 새를 살게 하겠다(騰籠換鳥)”며 산업 구조조정과 우수 노동력 양성 등에 500억위안을 투자하는 ‘산업이전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선전시도 저가 제조업 비중을 30%로 낮추고 하이테크 산업 비중을 53%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4년이 지난 지금 선전의 산업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전시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선전의 GRDP 중 하이테크 산업 비중은 30.9%에 그쳤고 전통 제조업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수출의 70%는 여전히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차지하고 있다. 위안이밍(袁易明) 선전대 중국경제특구연구센터 부주임은 “선전은 1인당 GRDP가 1만5000달러에 달하면서 고속성장이 한계에 부딪쳤고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