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워킹맘은 직장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슈퍼맘 콤플렉스'에 빠지거나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가정일과 직장일이 충돌을 일으킬 때 죄책감과 함께 자녀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이같은 내적 갈등은 부부관계에도 큰 영향을 준다.
회사일을 끝내고 집에가서도 육아와 집안일에 숨 돌릴새가 없는 이들은 자기의 고충을 몰라주는 남편과 사소한 일을 빌미로 다툼을 하기도 한다.
특히 남편이 술을 먹고 자주 늦게 귀가한다거나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도 TV만 보며 무성의하다면 이를 지켜보는 워킹맘은 속이 부글부글 끓게 마련.
한국사회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워킹맘들을 위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바깥일을 하고 5살, 3살 두 아들을 돌보면서도 남편과 결혼 7년동안 부부싸움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도대체 이 가정에는 어떤 비결이 숨겨져 있길래 그런 믿기지 않는 일이 가능했던 걸까. 그 속내를 들어봤다.
이수연 소장은 '미고사 노트'를 그 비결로 꼽았다.
'미고사'란 '미워, 고마워, 사랑해'의 줄임말로 부부가 서로에 관해 평소 서운했던 점이나 고마웠던 내용을 노트에 적어 전하는 것이다.
이 소장은 "저희 집 식탁위에 언제나 '미고사 노트'가 놓여있어요. 처음에는 '미워'가 아닌 '미안해'였는데 살다보니 서운한 일도 생기고 해서 '미워'로 바뀌게 됐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맛있는 음식을 사줬다거나 아이 숙제를 도와줬다거나 남들 보기엔 그냥 일상일 수 있는 일들도 이들 부부는 서로간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이를 표현하는 일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남편이나 부인에게 서운한 일이 있을때에도 직접 대면하고 화를 쏟아내기보다는 노트에 차분히 사실을 적다보면 마치 누군가에게 내 심경을 털어놓은 것처럼 불만도 어느새 누그러진다. 또한 노트를 뒤적이다 보면 '그래 그땐 이런 기쁜 일이 있었지. 너무 재밌었어'하며 다시금 그당시 좋았던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메모는 남편에 대해 평소 '정직하고 자상한 사람이야'라고 느끼게 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또 다른 장점이 없나 찾으려 애쓰게 되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서로를 대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워킹맘의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직장 일, 가사, 자녀 양육으로 인한 피곤함을 배우자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모든 일을 완벽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부담감을 덜어라"라는 것.
가사일에 대해서도 경계를 확실히 긋는 것은 이 소장 부부의 가정에서도 나타났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밖에 포기해야 할 것은 망설임없이 포기하는 식이다.
모든것을 완벽히 할 수 없는 워킹맘이라면 이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을 것을 조언했다.
예를 들어 요리에 자신이 없다면 식사준비는 남편이 거든다거나 아니면 차라리 외식을 하면서 가족이 즐겁게 식사를 하는 것이다.
워킹맘의 행복지기를 자청하고 나선 이수연 소장은 "워킹맘들이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들에게 재취업 기회를 주는 '수납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수납전문가는 내 집안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기술도 익히고 대외적인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어 워킹맘이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경력 단절맘에게 좋은 직업 창출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또한 "아이 교육에는 부부간에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한 것이 없어요. 가족의 화목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가정교육이죠"라는 신조를 밝히고 평소에 아이들 앞에서 부부간 스킨십도 서슴치 않는다고 부부금슬의 비결을 공개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