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딸을 대신해 장학금을 기부한 부모의 뜻을 기려 딸의 이름으로 헌정 강의실이 만들어졌다.

건국대는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본과 4학년에 재학하던 중 졸업 한 학기를 남기고 지난해 8월 교통사로고 숨진 고(故) 유혜선 씨(당시 25세)의 이름으로 따 수의과대학 523호 강의실을 ‘유혜선 세미나실’로 명명하고 3일 가족들을 초청, 네이밍 제막식을 가졌다.

사고로 딸을 잃은 부모는 ‘졸업 후 수의사가 돼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던 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10월과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건국대 수의과대학에 학생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억3000만원을 기탁했다. 딸이 졸업하면 유학을 보내주기 위해 모아온 학자금에다 사고 보상금까지 보탰다. 딸이 사용하던 전공서적과 도서도 모두 기증했다.

건국대는 유족의 뜻을 기려 지난 2월 학위수여식에서 고 유혜선씨에게 명예졸업장과 명예동문증서를 수여한 데 이날 유혜선 기념 세미나실을 제막했다. 이 세미나실 현판 아래에는 ‘건국대학교는 유혜선 동문과 그 유족의 고귀한 뜻을 기리기 위해 이 강의실을 유혜선 세미나실로 지정합니다’라는 기념 문구도 새겼다.

학교측에 따르면 고 유혜선 학생은 건국대 수의대에 재학하는 동안 학과 수석을 독차지할 정도로 우등생이었다. 최종 학기에 치르는 국내 수의사 국가고시에서 수석을 기대했을 정도였다. 2009년에는 1년 동안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환학생으로도 갔다 왔으며 사고 전 치른 미국 수의사시험에도 합격했다. 계절학기까지 포함해 7년간 17학기를 다니며 278학점을 이수했고 평균 평점이 4.38점(4.5만점)에 달했다.

건국대 수의과대학은 고인의 부모가 기탁한 장학금을 ‘유혜선 장학기금’으로 이름짓고 올해 1학기 첫 수혜자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