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에게 순대를 만드는 일을 시키는 것은 차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순대는 돼지 창자에 숙주·우거지·찰밥 등을 섞은 것을 채워 삶은 음식이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이슬람교도 A씨(36)가 “B식품업체에 ‘순대제조 작업을 다른 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지난 2월 낸 진정을 받아들였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B식품업체에 1년 간 근무키로 했으나 사전에 담당 업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근로계약서도 한글로만 작성돼 있어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행 ‘외국인근로자고용법’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의 근로계약 해지·갱신을 거절할 경우, 휴업·폐업 사용자의 고용허가가 취소·제한된 경우 사업장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또 사업장의 근로조건이 근로계약조건과 다른 경우,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이나 부당한 처우 등으로 인해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를 3회로 제한해 폭행, 임금체불 등 인권침해를 당해도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B식품업체는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사업장 변경에 동의, 차별 소지를 해소했다. 법령은 개선됐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려면 관할 고용센터를 방문해야 하는데 언어 문제로 의사 전달을 충분하게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라는 사업장 변경 신청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이에 대한 해석이 좁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권위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종교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장에 배치하거나 종교적 사유에 의한 사업장 변경 신청을 불허한 것은 차별 소지가 있다”며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