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달 8일 한국경제신문 A10면에 실린 ‘김중수 인플레 기대심리 경계, 기준금리 9개월째 연 3.25%’ 기사를 봤습니다. 기사에는 기준금리 , 물가, 환율, 가계 빚 등을 언급하는데 이해가 안되는 내용이 많았어요. 마침 정기예금 통장을 돋보기로 보시던 할아버지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뭐냐고 여쭈니까 ‘뭐라고! 한국은행에서 통신사업까지 한다고?’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자동차부품 수출업체를 경영하시는 아버지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면 궁금한 건 혼자서 해결할 줄 알아야지’라고 핀잔만 하시네요. 한은의 통화정책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들의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해주세요.


A.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매달 초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합니다. 질문한 학생은 이와 관련한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간담회 장면을 본 것 같네요. 그럼 지금부터 통화정책의 목표와 효과를 중심으로 설명할 게요.

○통화정책의 목표는 뭐죠?

경기의 과열이나 침체 없이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의 양이나 금리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게 중요해요.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금리나 통화량을 조절하여 물가안정을 포함한 거시경제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겁니다. 특히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중시하고 있죠. 이는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경제 내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서민생활 안정도 해치게 되기 때문이죠. 아울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물가안정뿐만 아니라 금융안정도 필요합니다. 금융불안은 실물거래 부진, 금융회사 파산 등을 초래해 경제를 동요시키고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금융자유화 및 개방화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커져 여러 나라가 금융위기를 겪게 되면서 금융안정이 중앙은행의 핵심적 기능의 하나로 중시되고 있어요.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한국은행도 2011년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금융안정 책무를 명시적으로 부여받았죠.

○통화정책은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통화정책은 길고도 복잡한 경로를 거쳐 경제와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죠. 이를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라고 하는데 금리경로, 자산가격경로, 환율경로, 신용경로 등으로 세분할 수 있어요. 이를 자세히 보기 전에 우선 기준금리에 대해서 알아보죠. 기준금리는 한국은행과 금융회사 간 거래시 기준이 되는 금리로,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시작점이에요.

금리경로부터 살펴보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변경하면 가장 먼저 단기시장금리가 움직여요. 이어서 장기시장금리, 예금 및 대출 금리도 차례로 변동하죠. 이런 금리 수준의 변화는 가계의 저축과 소비, 기업의 투자 활동에 영향을 미치죠. 기준금리가 오르면 일반적으로 예금금리도 올라가니까 할아버지께서 정기예금을 새로 드실 때는 기분이 좋아지실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대출금리도 올라가니까 공장시설을 확장하려는 아버님께서 이자부담 때문에 투자규모를 예정보다 줄일 수도 있겠죠.

다음으로 통화정책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격을 변화시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은행 저축이나 채권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그 결과 이들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죠. 이렇게 되면 가계의 부(wealth)가 커져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커지죠. 또한 주가가 오르면 기업은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집값이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부모님께서 집을 소유하고 계신 경우에는 좋아하시겠지만 조만간 주택을 구입하실 계획이라면 걱정이 커질 수도 있겠죠.

또한 시장금리 변동에 따른 국내외 금리차 변화는 자본유출입에 영향을 미쳐 환율을 변동시키죠. 환율 변동은 다시 수출입, 물가 등에도 영향을 주게 되죠.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내채권의 투자수익률이 높아져요. 그러면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해외자본이 국내로 들어와 원화 가치가 상승(원화 환율의 하락)해요. 원화 환율의 하락은 달러화로 표시한 수출품의 가격을 높이는 반면 원화로 표시한 수입품의 가격을 하락시키죠. 이런 가격 변화로 수입은 늘고 수출은 줄어들어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어요. 반면에 수입가격 하락은 국내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아버님의 경우 원화환율 하락으로 부품 수출이 줄어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생활비 절약을 위해 고민하는 어머니는 좋아하실 수도 있겠네요.

신용경로는 통화정책의 양적인 측면, 다시 말해서 은행대출에 영향을 미쳐 정책효과가 경제에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구사하게 되면 은행의 대출태도가 신중하게 바뀌고 그 결과 실제 대출규모도 줄어들죠. 이 과정에서 기업의 투자활동이나 가계 소비도 둔화돼요. 아버님처럼 대출의존도가 큰 중소기업을 영위하시는 분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죠.

이제 이들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마지막 단계를 보도록 할까요. 기준금리 변동에 따른 금리, 주가, 환율 및 대출의 변화는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수출 및 수입 등에 영향을 줍니다. 궁극적으로 경제전체의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물가에 영향을 미쳐요.

한편 한국은행의 또다른 핵심적 역할인 금융안정의 중요성은 평소에는 잘 느끼기 어렵고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서도 잘 나 타나지 않아요. 하지만 금융불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겪었던 금융거래 위축이나 실물경제 침체와 같은 어려운 상 황들이 재연될 수 있죠. 예를 들어 아버님께서 대출만기가 돌아왔는데 만기연장이 안되거나 금융회사의 파산으로 할아버지 예금의 원금 일부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죠.

통화정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책목표의 상충과 같은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같이 개방도가 높은 나라는 해외여건 변화로 정책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제약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새로운 정책수단 개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육승환 <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통화연구팀 과장 >


◆ 독자 퀴즈

통화정책의 파급경로 중 기준금리 조정의 효과가 은행의 대출규모에 영향을 미쳐 경제전반에 파급되는 경로는 어떤 것인가요?

(1) 금리경로
(2) 신용경로
(3) 환율경로
(4) 자산가격경로
(5) 기대경로


▷ 퀴즈 응모요령 : ‘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