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공덕동 HS애드 본사에서 만난 이현종 HS애드 최고광고책임자(CCO·Chief Creative Officer)에겐 순수함이 있었다. “인터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였지만, 광고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이며 말을 멈추지 않았다.
HS애드는 최근 열린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에서 LG의 ‘사랑해요 코리아 다문화 캠페인’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 광고제에서 받은 6번째 대상이다. 수상한 6개의 광고는 모두 이 CCO의 ‘작품’이었다. 그는 “20여년을 광고인생으로 살아온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는 데는 동의했다.
오랫동안 광고를 제작하면서 그가 ‘은은하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사랑’이라고 답했다. 1995년 첫선을 보였던 ‘사랑해요 LG’ 슬로건을 내놓은 이후 그가 끊임없이 LG그룹 광고에서 활용한 소재도 ‘사랑’이었다.
이 CCO는 “광고란 일종의 소통이고, 이 때문에 항상 좋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광고들은 대개 공격적이고 성과중심적인 면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가 국내 광고업계에 원하는 것은 ‘보다 여유 있고 세련되게 소통하는 광고의 출현’이다.
그가 강조하는 또 다른 광고철학은 ‘창의성’이다. 이 CCO는 “자유로운 영혼을 숨죽이게 하면 안 된다”며 “명랑하고 자율적인 공기를 조성한 뒤 그 안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총괄하는 HS애드 CR(광고제작·CReative)팀에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직급도 따로 없다. 이 CCO는 “중요한 것은 근무시간이나 직위가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를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공식 직함은 HS애드의 CCO 겸 ECD(최고광고제작자·Executive Creative Director)다. HS애드가 만드는 광고에 대한 최고의 책임자이자 최고의 제작자라는 얘기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서도 남들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며 “할 수 있을 때까지 직접 일하면서 감각을 유지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CCO(50)는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LG애드(현 HS애드)에 입사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