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S 마켓' 기술결함이 원인
다행히 5분 후 거래가 재개되면서 애플 주가는 정상을 되찾았지만 트레이더들은 한동안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이 사건은 미국 3위 주식거래소 ‘BATS 글로벌마켓’의 기술적 결함 때문에 발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BATS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 이어 미국 3위 주식 거래소로 급성장한 회사다. 2005년 설립된 후 컴퓨터를 이용한 극초단타매매(HFT) 분야에서 명성을 쌓았다. 복잡한 거래를 하는 헤지펀드 등을 고객으로 끌어들여 미국 내 주식거래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BATS가 전략적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BATS는 IPO를 자사 거래소에서 처음으로 성사시켜 타기업들의 IPO도 유치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22일 주당 16달러를 공모가로 정하고 23일 630만주를 공개했다.
하지만 거래가 시작되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BATS는 이날 오전 10시48분 웹사이트를 통해 “A부터 BF까지의 알파벳으로 시작되는 티커를 가진 종목의 거래와 관련해 시스템 이슈를 조사하고 있다”는 경고를 내보냈다. 9분 후인 10시57분 BATS 거래소에서 애플 주식 100주가 전날 종가 대비 9.4% 급락한 542.80달러에 거래됐다. 오전 11시14분에는 BATS 주식 거래가 시작됐지만 1.5초 만에 0.0002달러로 폭락하며 매매가 중지됐다. IPO 당일 톡톡히 망신을 당한 BATS는 결국 IPO를 철회해야 했다.
WSJ는 이번 사건이 2년 전 플래시크래시로 관심을 모았던 HFT의 기술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번 환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 플래시크래시
flash crash. ‘갑작스러운 붕괴’라는 뜻. 2010년 5월6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가 거래 종료를 10여분 남기고 초단타매매가 몰리면서 순간적으로 998.5포인트 폭락한 사건을 일컫는다. 장 마감 때 낙폭이 347포인트 줄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