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서울시 주택정책의 공공성을 논하는 것일까. 이유는 주택사업 유형에 따라 공공성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공공성 100%’짜리 공공주택정책도 있지만 공공성이 어느 정도 제한돼야 할 민간주택정책도 있다.

논의 주제인 재건축 소형 비율, 한강변 초고층 건립, 세입 거주민 보호 등은 공공성이 필요한 분야이면서도 모두 민간주택사업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100%로 놓고 적용하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정부 차원의 택지개발사업과 서울시 재정비사업은 다르다. 개발 주체, 개발 계획, 계획 수립시간, 비용 지불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정부가 하나의 계획을 통해 단시간에 수행하는 것이 택지개발사업이라면 후자는 다수가 개별적인 계획을 통해 시시때때로 진행한다. 물론 비용 지불 주체도 정부와 개인(조합)으로 다르다.

주택 재개발·재건축 같은 재정비사업은 8~9년씩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기간을 감안하면 공공성을 반영한 계획 수립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단계별로 심의하고 결정한 계획을 일정대로 추진하는 것도 공공성 신뢰 차원에서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주제에는 서울시 주택정책의 공공성뿐만 아니라 주택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포함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재정비 소요기간 거주민들은 3명의 서울시장을 거치게 되고 그때마다 새로 제안된 재정비정책에 따라 계획을 변경하느라 고생할 것이다.

재건축 소형 주택 비율 문제는 서울시가 개포동 재건축단지에 소형 비율을 현행 20%보다 많은 50%까지 건설하도록 유도하면서 불거졌다.

일단 현재 사업·지역별 소형 주택 비율을 다르게 설정하고 있는 이유는 소형 주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즉 소형 주택 비율의 공공성 때문이다. 만일 기존 주택 수의 50%가량 소형 주택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주택 규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을 통해 관련 법규와 서울시 조례를 통해 의무화하면 된다. 진행된 사업지들이 많기 때문에 경과규정도 둬야 한다.

그런데 예고도 없이 주택 건설 규모를 변경하라는 것은 사업계획 기본 틀을 바꾸라는 것이어서 사업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개포동 재건축단지가 주공아파트 같은 정부 소유라면 논의할 필요가 없다. 정부가 소형 주택 건설로 인한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한강변 초고층 건설 여부는 재건축 소형 비율 문제보다 더 복잡하다. 한강변 초고층 건설은 지난 시장 때 한강을 서울시민에게 돌려주자는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서 출발했다.

원칙적으로 동의하더라도 문제는 항상 실현 방법에 있다. 서울시민이 한강변으로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녹지가 필요했고 녹지 확보를 재건축사업의 ‘기부채납’(공원 도로 등으로 사용할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음)으로 해결하고자 한 발상이었다. 지자체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민간 차원의 기부채납이 이뤄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그러나 녹지 확보를 위해서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야 했다. 상당한 녹지를 확보하려면 해당 단지의 용적률이 300%를 훌쩍 넘겨야 한다. 역시 서울시 재원으로 녹지를 확보한다면 좋겠지만 이 경우에도 단지 주민이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녹지를 조성하는데 왜 서울시민의 세금을 써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처음부터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과거에도 한강변이 아파트 병풍으로 둘러쳐 있어 경관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나왔고 이를 철폐하려는 시도도 다양했다.

다만 뽀족한 해결 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강 르네상스사업은 한강변 경관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주민에게 용적률 완화와 층고 해제 혜택을 줘서라도 한강변의 경관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계획을 성실히 따라온 해당 지역 거주민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느냐다. 처음에는 지자체 계획이 너무 과도해 반발하다가 우여곡절을 거쳐 마지막 건축심의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제 지자체 답변은 “당신 계획은 잘못됐습니다”인 상황이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아마도 행정을 신뢰한 죄가 가장 클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재정비계획은 법과 질서이면서 신뢰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자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면 그대로 추인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입자 거주민 보호대책은 또 다른 차원의 고려가 요구된다. 세입자 보호대책은 본질이 정비 대상인 주택에 있는가, 아니면 거주민의 소득에 있는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세입자 보호대책으로는 이주비용 지불과 공공임대주택 입주가 있으며 이를 모두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대책비는 같은 거주민인 토지 등 소유자가 지불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필요한 주거를 위해 지불되는 이주대책비는 시세에 못 미치고 공공임대주택 입주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이 경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까. 재정비사업을 포기하는 것도 선택이 될 수 있다. 아니면 세입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세입자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방안도 있다. 여기서 지적하는 것은 어떻게 세입자들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할 것인가다. 세입자 보호대책을 사업 추진 주체인 거주민에게 전적으로 일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세입자 보호대책은 재정비 차원의 주택문제가 아니라 복지 차원의 소득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현실적인 대안은 지속적인 공공임대주택의 건설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거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택바우처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다만 주택보급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서울시에서는 주택바우처제도가 전·월세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행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토론의 주제인 공공성은 약자를 위한 주택정책 실현이다. 하지만 민간사업에 이를 100%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시행되는 민간 차원의 재정비사업은 문자 그대로 거주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거주민에는 세입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토지 등 소유자도 존재하며 그들이 정비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주택부문의 재정비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와 토지 등 소유자를 대하는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박환용 가천대 교수
▲미국 코넬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국토해양부 중앙교통정책심의위원회 심의위원 ▲2005년 8대 한국주택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