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베리 어떤 기업인가…스웨덴 '존경받는 가족기업' 에릭슨 등 100여곳 경영참여
발렌베리는 스웨덴 최대의 재벌 가문이다. 통신장비 회사인 에릭슨, 세계적인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산업공구 리더인 아틀라스콥코, 전투기를 생산하는 사브, 엔지니어링의 강자 ABB, 스웨덴 왕가의 은행 스톡홀름엔실다은행(SEB),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등 스웨덴·유럽지역 주요 기업 13곳을 지배한다. 투자회사, 손자회사까지 포함하면 100여개 기업 경영에 참여한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 스웨덴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발렌베리에서 나온다. 종업원은 40만명으로 스웨덴 인구의 4.5%에 이른다. 삼성그룹 매출이 한국 GDP의 22%(2010년 기준)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스웨덴 경제의 ‘발렌베리 의존도’가 더 높다.

1856년 안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스톡홀름에서 엔실다 은행(현 SEB)을 창업하며 시작해 지금까지 5대에 걸쳐 150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 등 발렌베리의 후계자들은 직접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기업 주식은 1916년 SEB에서 분리된 투자회사 인베스터가 보유한다.

인베스터는 처음에는 투자회사였으나 1930년대 이후 은행을 통한 기업 지배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일자 SEB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아 지주회사가 된다.

이 회사를 발렌베리가의 공익 재단들이 소유하는 형식으로 발렌베리가는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다. 크누트 앤드 앨리스 발렌베리 재단, 마리앤느 앤드 마르쿠스 발렌베리 재단, 마르쿠스 앤드 아말리아 발렌베리 재단 등이 인베스터 의결권의 52.9%를 갖고 있다.

각 기업은 이익을 인베스터에 배당하며 이 돈은 최종적으로 4개 공익재단으로 귀속돼 교육 연구개발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곳에 쓰인다. 발렌베리가 사람들은 계열 기업, 재단에 재직하면서 급여를 받을 뿐이다.

발렌베리의 경영권 대물림엔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는 스웨덴의 법이 큰 몫을 한다. 스웨덴은 1주에 1표 의결권을 갖는 A주식과 1주에 10분의 1~1000분의 1의 의결권만 인정하는 B주식을 두고 있다.

발렌베리가의 인베스터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A주식을 소유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일렉트로룩스만 봐도 1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29.9%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