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중한 산림자원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거대한 산불의 천적을 자임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진화요원들이다.

산불 진화의 최일선이자 최후의 보루에 서 있는 이들은 늘 긴장 속에 살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은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1년간 일어나는 산불 가운데 64%가 봄철에 집중돼 있고, 연간 피해면적의 97%가 이 시기에 발생하고 있다. 숲이 우거지고 온난화에 따른 이상 건조 기후, 주 5일 근무 등으로 산행 인구가 늘어나면서 산불 위험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항공본부는 2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산불조심 기간 동안 본부와 익산 양산 원주 영암 안동 강릉 진천 함양 등 전국 8개 산하 항공관리소별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산불 발생 시 신속한 초동진화를 위해 진화 헬기의 즉시 출동은 물론 30분 이내 현장 도착이 이들의 목표다. 공중진화대원들도 상시 비상대기하며 공중과 지상에서 입체 진화작전 태세를 끝마쳤다. 올해는 또 산불 발생률이 높은 짝수해, 선거해인 데다 60년 만의 흑룡해여서 무속인들에 의한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아 헬기를 이용한 산불 공중감시 및 계도활동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산림항공본부는 1970년 4월1일 창설된 산림청 항공대가 모태다. 당시만 해도 주요 임무는 산림 병해충 항공방제였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산림이 울창해지면서 산불 피해가 확산되자 산불 진화로 주업무가 바뀌었다.

그동안 대형산불 현장에는 어김없이 산림항공본부의 헬기가 출동해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7년에는 화재현장에 공중 투입돼 헬기진화가 어려운 곳의 진화 및 불길차단 등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산불특수진화대를 출범시켜 진화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산불진화 이외에도 산악인명구조, 재난재해 복구 현장지원, 등산로 정비 등 산림사업 지원 자재 운반 등 다목적 산림 지킴이 역할도 이들의 임무다. 지난해 말에는 ‘AS-350B2’ 중형헬기를 추가 구입해 강릉산림항공관리소에 배치했다.

산불진화는 물론 방제와 산불 감시, 계도방송, 유사시 공중지휘기로 활용이 가능한 다기능 최첨단 산림헬기의 실전 배치로 산불 대응력을 더욱 강화했다. 이로써 항공본부에는 3000ℓ 물탱크 용량의 ‘KA-32T’ 30대 등 보유 헬기가 모두 47대로 늘어났다. 산불은 특성상 광범위하고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때문에 진화에 나서는 대원들은 늘 생명을 담보로 산불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진화만큼이나 안전사고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산림항공본부는 △항공안전관리 강화 △무사고 운항관리 달성 △정비 결함발생 제로화 및 가동률 제고 △완벽한 항공지원으로 안전운항 환경조성 등 헬기 안전관리에 대한 특별 대책 및 대응 전략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각 항공관리소별로 무사고 안전비행을 위한 안전토론회를 열어 신속한 출동, 공중진화 전략 수립과 함께 비행사고 재발방지, 항공사고 시 문제점 및 개선방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 산림항공 운영기관으로 이동정비차량을 이용한 현장 정비 등 41년간 쌓아온 체계화된 정비기술과 노하우 전수에도 나서 지난 9일에는 창신대학과 헬기정비기술과 교육시스템 교류를 위한 관·학 협약을 맺기도 했다.

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