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산불 예방 및 진화에도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산불은 항상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발생, 그동안 진화를 위해서는 대형 헬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산불이 대형화하는 추세인 데다 발화 원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산불 예방 및 진화 기술도 덩달아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은 예방이 최우선”이라며 “만약 산불이 발생한 경우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초동진화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불위치 관제 시스템과 산불신고 단말기는 산림청의 자랑거리다. 산불위치 관제 시스템은 2010년 구축됐다. GPS(위성위치추적시스템) 기능을 갖춘 산불신고 단말기도 전국에 1만4000여대 공급돼 현장 신고 체계를 강화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는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산불이 발견되면 기초자치단체→광역시·도→산림청 산불상황실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조기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산불신고 단말기는 산불감시원이 산불을 발견해 신고 버튼을 누르면 시·군, 시·도, 산림청까지 한꺼번에 신고가 이뤄진다. 기존 여러 단계를 거쳐 산림청에 신고가 들어가던 체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특히 GPS 기능을 갖춰 전국 어디서든 산불 발생 위치가 수시로 업그레이드되는 인터넷 포털의 항공사진에 정확하게 나타난다. 산림청은 이를 토대로 산불 발생 현장의 숲 모습과 주변 담수지 등 진화 여건을 파악해 진화대책을 수립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산불 예방도 강화했다. 산림청은 스마트폰의 전화 발신 기능을 이용한 산불신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행정기관의 전화번호를 알지 못해도 산불 발견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특히 콜 라웃팅(Call Routing) 시스템을 활용하면 산불신고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의 시·군·구 산불담당자에게 자동 연결된다. 시·군·구 담당자와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 시·도, 산림청 산불상황실로 자동 연결된다.

아울러 산불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신고할 수 있도록 사진촬영신고 기능도 갖췄다. 산행 중에 산불과 마주칠 경우를 대비해 비상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행동요령도 함께 제공 중이다.

산불위험 예보 시스템도 도입돼 휴대폰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산림청은 기상청의 기상정보(온도, 습도, 풍속, 강수량 등)와 숲의 지형정보(고도, 방위), 숲의 구성정보(침엽수림, 활엽수림, 혼효림) 등을 활용해 해당 지역의 산불위험지수를 산정한다.산불위험지수는 매우 높음(86 이상), 높음(66~85), 보통(51~65), 낮음(51 미만) 등 4단계로 구분돼 매시간별로 전국 시·도, 시·군·구 단위로 위험도를 제공한다. 48시간 예보제도 동시에 운영한다.

산불위험도가 매우 높음일 경우 전국 공무원, 산불감시원, 마을 이장, 군부대 관계자, 방송 관계자 등 6만9000명에게 휴대폰 문자서비스(SMS)로 산불 경고를 발송한다. 올해부터 모바일 웹서비스, 스마트폰 앱서비스를 통해서도 제공한다.

2000년 동해안 산불을 계기로 산불 감시카메라도 곳곳에 설치했다. 현재 전국 위험지역에 795대가 운용 중이다. 산불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전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기존에는 지자체 등 설치기관별로 모니터링했지만 2009년부터 영상정보 공유 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기관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최근에는 방화성 야간산불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열감지 기능을 갖춘 감시카메라도 설치돼 초기 대응 및 방화자 검거에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형에 최적화한 산악형 산불 진화 기계화 시스템도 구축했다. 우리나라는 굴곡이 심한 급경사 지형이다. 이에 따라 산불이 급속히 산 정상까지 번지고 나무가 우거져 호스 설치와 사람의 이동이 쉽지 않다. 산불 현장까지 물 공급이 어려워 주로 갈퀴 등 간이 손도구로 낙엽을 긁어내는 진화선 구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산림청은 급속히 퍼지는 산불에 기동성 있게 대응하고 먼 거리와 높은 산 정상까지 물을 공급하기 위해 13㎜와 8.5㎜ 호스를 활용하는 한편 산악펌프도 개발했다. 우리 지형에 최적화한 한국형 산불진화 기계화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소형 산악펌프가 가진 기동성, 휴대성, 원거리 고지대까지 급수 능력 등 장점을 살리면서 급수량을 5배나 늘린 중형 산악펌프를 개발했다. 산불진화 호스 설치시 노동력을 줄이는 호스 설치 도르래, 경사지에서도 설치가 용이한 휴대형 산불수조 등도 선보였다.

남송희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산불 진화의 복합적인 어려움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는 산악형 산불진화 기계화 시스템이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기계화 시스템을 구성하는 토대가 된 장비들은 대학이나 기업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산불을 담당하고 있는 산림공무원이 현장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토대로 개발한 것이다. 그만큼 실용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산림청은 산악형 산불진화 기계화 시스템을 본격 보급하면 초기 진압, 잔불 정리, 재불 차단에 대한 지상 진화 역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