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산림대국으로 성장한 우리 금수강산을 화마(火魔)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낸다.’

산림청(청장 이돈구)이 약 73조원에 달하는 공익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산림을 ‘산불 안전지대’로 지켜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특히 그동안 대형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선거가 있는 짝수 해’인 데다 세계 47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핵안보정상회의 등 주요 국가 행사들이 예정돼 있어 ‘갑호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20일 강원도 강릉에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주재로 ‘동해안 대형 산불방지 대책회의’를 열고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다.

1995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8046건에 달한다. 크고 작은 산불이 연간 500회 가까이 발생한 셈이다. 이 기간 피해액만 1554억원, 산불로 사망한 사람도 188명에 이른다. 무려 여의도 면적(840㏊)의 58배인 4만8848㏊를 산불이 앗아갔다.

산불이 가장 많이 일어난 2001년은 785건이나 발생, 애써 가꿔온 많은 산림을 하루아침에 황폐화시켰다.

우리나라 최대 산불로 기록된 동해안 초대형 산불은 2000년 4월7일 고성, 강릉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이후 9일간 순간 최대풍속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동해와 삼척을 거쳐 경북 울진까지 확산돼 백두대간을 포함해 5개 시·군의 울창한 산림 2만3794㏊를 검은 숯덩이로 만들었다. 피해액만 6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사상 최대 산불이 동해안 산림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근에는 산불방지 총력전에 나서 건수와 피해 면적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며 “2002~2011년 10년간 연평균 427건(연간 피해면적 1173㏊)이었으나 작년에는 277건(1090㏊)에 그쳐 건수 대비 35%, 면적 대비 7%나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산불로부터 산림을 지켜내지 못할 경우 경제적 손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산불은 단순히 나무만 태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산림은 대기 정화, 토사 유출 방지, 산림 휴양, 야생동물 보호 등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품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돼 자연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또 토양 영양물질이 소실되면서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산사태와 같은 2차 피해도 입힌다.

연간 산불이 타는 과정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자동차 20만대가 1년 동안 뿜어내는 것과 맞먹는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인정할 정도로 조림사업 40여년 만에 산림의 경제적 가치를 크게 높인 세계적인 모범 산림경영국이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990년 23조3700억원이던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010년 73조원을 넘어 3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의 7%에 해당하는 수치다.
2005년부터 발효에 들어간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각종 제도가 시행 중이다. 탄소배출권 확대로 앞으로 산림의 가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산불로부터 우리 산림을 안전하게 지켜내야 하는 이유다.

산사태, 병해충 피해 등 산림을 대규모로 훼손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이 가운데 산불은 잘 가꿔온 산림자원을 피폐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식량기구(FAO)의 ‘세계 산림평가 2010’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림면적은 1990년 637만㏊에서 2010년 622만㏊로 15만㏊(2.3%) 줄어들었다. 전체 산림 감소의 3분의 1인 4만6000㏊가 산불로 인해 소실된 면적이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산불 피해는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애써 가꿔온 숲을 초토화시키고 있다”며 “대부분 산불이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것인 만큼 관계당국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전 국민적인 관심과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