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0시부터 발효되지만 품목별 관세 철폐 시기는 다양하다. 승용차는 2016년부터 한국과 미국 전 차종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지만 포도는 17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낮아진다. 오렌지와 감자는 우리나라 비수기에 무관세로 들어오거나 관세율이 낮게 책정된다.


○자동차 부품, 즉시 관세 철폐

승용차는 2015년까지 2.5%의 미국 수입관세가 그대로 유지되고 8%의 한국 측 관세는 4%로 줄어든다. 2016년부터는 양국 모두 전 차종에 대한 수입 관세가 철폐된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계는 2.5%의 미국 측 관세가 4년간 유지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급격한 수출 및 판매 증대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고 있지만 관세가 전면 철폐되는 2016년부터는 대미 수출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인하 효과와 별개로 대미 통상 마찰과 감소와 한국차에 대한 인지도 제고에 따른 무형의 이익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의 경우 2.5~4%의 미국 관세와 최대 8%인 한국 측 관세가 바로 없어진다. 이로 인해 국내 부품업체들의 대미 수출 물량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섬유, 최대 32% 관세 폐지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섬유분야에서 평균 13.1%(최대 32%)의 관세가 폐지돼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중국, 인도 등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커져 대미 수출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이제 인건비가 비싸진 중국을 대체할 곳을 찾고 있는 미국 바이어들의 한국 투자를 유도할 가능성도 높다. 섬유산업연합회는 15년간 연평균 4800억원의 생산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신규 투자, 고부가 섬유 개발 등에 힘입어 국내 업체의 신규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섬산련 관계자는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대미 섬유교역의 증대에 따른 국산 섬유류의 브랜드 가치 제고, 미국 통관절차 신속화, 한ㆍ미 양국간 기술 협력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겹살·닭고기 관세 10년에 걸쳐 철폐

현재 미국에서 수입되는 생삼겹살에 붙는 관세 22.5%는 10년에 걸쳐 매년 약 2.2%씩 점진적으로 인하된다. 수입 삼겹살은 생삼겹살과 냉동삼겹살로 구분되는 데 생삼겹살은 미국산이 수입산의 45%를 차지한다. 삼겹살 수입량은 연간 9만t에 달한다.

치즈, 버터 등 낙농품에 대한 관세도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체다치즈에 붙는 36%의 관세는 10년 동안, 일반치즈에 부과되는 관세 36%도 15년에 걸쳐 모두 사라진다. 치즈는 연간 2000억원어치가 수입되며 이 중 체다치즈는 35억원어치가 미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

닭고기는 18%의 관세가 한·미 FTA 발효로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닭고기 7마리 중 1마리가 수입산으로, 미국산은 닭다리 부위가 국내에 주로 들어오고 있다.

○곡류, 과일관세도 대폭 인하

감자·옥수수·밀 등의 곡류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대표적 농산물이다. 옥수수의 경우 7년간 328%의 관세가 철폐된다.

연간 500만달러어치가량이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식용감자 관세는 304%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계절관세를 도입해 12월부터 그 다음해 4월까지 수입하는 물량(약 3000t)의 경우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이 기간에는 우리나라 감자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관세 철폐의 영향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산 수입 오렌지는 감귤 출하 성수기인 9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현행 관세 50%를 유지하지만 무관세 쿼터 물량(첫해 2500t, 매년 3% 증량)이 대량 수입될 예정이다. 비수기인 3월부터 8월까지는 관세율이 30% 인하되고 7년간 연차적으로 관세가 철폐된다. 우리나라의 오렌지 수입 물량은 2009년 7만1221t에서 2010년 11만55t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말까지 16만2478t으로 급증했다.

미국산 포도는 우리 포도의 출하기인 5~10월에는 종전 관세 45%가 17년에 걸쳐 균등 철폐되고, 10~4월에는 24%로 인하돼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미국산 포도는 한·칠레 FTA 이후 계절관세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칠레산 포도에 밀려 국내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한·미 FTA 발효로 미국산 포도에 낮은 계절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21%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미국산 건포도도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건포도 수입량의 대부분인 연간 3500t가량을 수입하고 있다.

또 미국으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자몽은 30%의 관세가 5년에 걸쳐, 키위는 45%의 관세는 15년에 걸쳐 각각 철폐된다. 오이, 가지, 호박 등 미국산 채소도 27%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호두·해바라기씨·아몬드 등 미국산 견과류의 관세도 즉시 또는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아몬드의 8% 관세는 즉시, 호두에 부과되는 30%의 관세는 6년에 걸쳐 철폐될 예정이다. 해바라기씨에 부과되는 25%의 관세도 2년에 걸쳐 철폐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