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이어 車업계가 '타깃'
특허 출원·소송 급증할 것
미국 버지니아주 타이슨스코너에 있는 특허출원 및 특허소송 전문 로펌 ‘HC박 앤드 어소시어츠’의 박해찬 대표(50·사진)는 기업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화될수록 체계적으로 특허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고, 경쟁기업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면서 특허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특허를 출원하는 데 힘써 왔다면 앞으로는 특허 공격에 대응하는 전략을 짜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 간 생존을 위한 특허침해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기업에 특허침해 소송을 걸어 배상을 받아내는 ‘특허괴물’들도 활개치고 있어 각별히 주의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1980년대 중반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로부터 반도체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것을 계기로 인식을 전환해 특허 출원과 유지관리, 소송에 내공을 쌓아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들은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하면서도 특허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에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투자와 인력이 태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별 기업의 노력과 별도로 한국 정부가 중소기업진흥공단, KOTRA 등을 통해 이들 기업에 특허예산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특허자산을 많이 갖추도록 유도하는 것도 지식기반 경제 성장의 한 축”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특허기술 개발과 분쟁소송은 PC, 통신기기, 대형 스크린 TV, 태블릿 PC와 모바일 기기로 이어지는 분야의 기술 변화를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면서 “앞으로는 자동차 분야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허기술 변화를 읽기 위해 5~6년 전부터 해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제품전시회(CES)를 둘러보면서 얻은 관측이다.
그는 “가전업체들이 참가하는 CES에 지난해부터는 포드와 폭스바겐이, 올해엔 현대·기아차가 참가해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자동차업체들이 자동차에 정보기술(IT) 신기술을 앞다퉈 접목하게 되면서 특허출원 경쟁이 벌어지고, 특허 소송도 늘어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2005년 박 대표가 설립한 ‘HC박 앤드 어소시어츠’는 버지니아주, 워싱턴DC, 메릴랜드주 일원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국계 특허전문 로펌이다. 출범 당시 4명이던 변호사 수가 25명으로 불어났다. 장기적으로는 변호사 수를 1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주요 고객은 삼성 등이다.
그는 서울대 법대 4학년 때인 1983년 사법시험(25회)에 합격했다.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 법학석사, 조지워싱턴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뉴욕주, 특허청, 버지니아주, 제4연방 항소법원 변호사로 등록돼 있다. 미국계 로펌인 하우리와 맥궈리 앤드 우즈에서 경력을 쌓았다. 재미한인특허변호사협회(KAIPLA)를 만들어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공대에 마음을 뒀으나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법대에 입학했다”는 박 대표는 “군 법무관 시절 삼성과 TI의 대규모 특허소송을 접하고 특허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