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소비재 72개, 내구재 44개, 서비스재 72개의 총 188개 산업군을 대상으로 한 ‘2012년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결과를 12일 발표했다.

K-BPI는 1998년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브랜드관리 모델이다. KMAC는 1999년부터 소비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미치는 브랜드 영향력을 지수화해왔다. 올해 조사는 서울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만 15세 이상 60세 미만의 남녀 1만7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1 대1 개별 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소멸과 역전…보다 명확해진 브랜드의 힘

올해 K-BPI 조사 결과, 파워 브랜드와 소멸 브랜드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브랜드 경영을 통해 내실을 다져온 기업들은 위기 속에서도 성과를 창출하고 가치를 향상시켰지만 그렇지 못한 브랜드는 소멸됐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장기간 지속적인 브랜드경영을 추진해 온 롯데월드(테마파크), 에스원SECOM(방범보안서비스), 서울대학교병원(종합병원), 정관장(건강식품), 신도리코(복사기)는 재무성과 창출과 브랜드파워가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188개 산업군의 1위 브랜드 중 80개 브랜드에서 전년 대비 K-BPI 총점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6%의 브랜드가 50점(1000점 만점) 이상의 하락을 보였다. 1위와 2위 간의 K-BPI 총점 격차가 50점 이내로 줄어 경쟁 브랜드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1위 브랜드는 33개에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KMAC는 소비자조사의 결과가 매출과 경기를 선행하는 특징을 감안하면 1위로 나타났지만, 그 어느 해보다 1위 브랜드들이 긴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장수브랜드의 역전 현상도 눈길을 끌었다. 해찬들(고추장/된장), 모닝(소형승용차), 신한카드(신용카드), 00700(국제전화) 등은 10년 이상 연속 1위 브랜드의 아성을 꺾었다.

KMAC 관계자는 “브랜드는 기업의 자산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막대한 투자를 통해 형성된다”며 “브랜드 역전에 성공한 이들 5개 신규 브랜드는 1위 브랜드리그에서 경계의 대상이자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장수브랜드들이 역전을 당하는 가운데서도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킨 브랜드들도 있다. 대교 눈높이(학습지), 롯데호텔(호텔), 대한항공(항공사), 이마트(대형할인점), KB국민은행(은행), 삼성증권(POP)(증권회사), 델몬트(주스), EnClean(휘발유), 코웨이(정수기) 등 23개 브랜드는 조사가 시작된 이후 14년 연속 1위에 랭크됐다.

○불황 속 전사적 마케팅 활동의 힘

소속 산업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인접 산업에까지 브랜드 파워를 확장해가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동양/매직의 매직스팀오븐(복합오븐)과 클림(식기세척기), 삼성화재의 애니카(자동차보험)와 삼성화재(장기보험), 롯데쇼핑의 롯데백화점(백화점)과 롯데백화점상품권(상품권), 삼성생명의 삼성생명(생명보험)과 삼성생명퇴직연금(퇴직연금), 영창뮤직의 영창피아노(피아노)와 영창디지털피아노(디지털피아노),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아이스크림)과 고향만두(냉동만두) 등이 그 주인공이다.

파워 브랜드들이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서 보여준 공통점은 불황일수록 전사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브랜드관리를 했다는 것.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브랜드 관리로 브랜드 자원의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성공한 브랜드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신한금융그룹(금융지주/그룹), LOCK&LOCK(밀폐용기), 귀뚜라미보일러(가정용보일러), 해표식용유(식용유), KT금호렌터카(렌터카), 훼미리마트(편의점), 금호고속(고속버스), 하이마트(전자전문점)는 브랜드파워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CS, 사회공헌, 제휴 등의 개별 활동 간에 시너지를 발휘했다. 또 크로커다일레이디(여성의류), 케토톱(붙이는관절염치료제), ESSE(담배) 등은 브랜드 중심의 경영시스템으로 불황 속에서도 현명한 브랜드경영의 모범을 보여줬다.

김명현 KMAC 마케팅본부장은 “올해 조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1위 하락과 장수브랜드의 역전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브랜드경영의 중요성은 그 어느 해보다 크다”며 “주도권을 잡았을 때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의 문제를 올바르게 아는 것이 필요하고 브랜드의 전체적인 문제를 확인하고 우선 순위를 찾아가는 것이 바로 BSM (Brand Status in Market)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